[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심상치 않다. 전날 두 달 반만에 1060원선을 내주고도 2일 개장 직후 환율은 1056원선을 오르내리는 중이다.
연초 수준으로 환율이 돌아갔지만,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이르면 상반기 중 1050원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3년 사이 환율이 1050원 아래로 밀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석 달만에 원위치=2일 오전 9시 2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57.3원을 기록했다. 이날 개장가는 전일보다 2.0원 떨어진 1056.5원으로 경계감 속에서 하락 시도를 거듭하는 중이다. 전일 종가가 6.2원 급락해 1058.5원까지 밀렸지만, 안팎의 하락 압력을 떨쳐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
전일 환율 급락에는 24개월째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와 월말·분기말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영향을 줬다. 중국의 경제지표를 두곤 해석이 엇갈렸지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힌 것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에따라 환율은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3월 중순과 비교한 환율은 이미 20원 이상 떨어졌고, 올해 연저점(1월 2일·1050.3원)까지도 머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최근 3년 사이 환율이 가장 낮았던 2011년 7월 27일(1050원) 수준까지 환율이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 회복·변수의 상수화=안팎의 경제 상황을 보면, 당분간 환율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돈살포 규모 축소) 등 시장을 움직일만한 대외 변수가 상수화돼 시장 참가자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 것도 한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 개선되고 있는 경제 지표도 하락 압력에 힘을 싣는다.
류현정 씨티은행 딜링룸 부장은 최근 환율 급락세의 원인으로 "대외 변수가 오랜기간 노출돼 시장 참가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류 부장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환율이 하락하는 건 시장의 피로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했고, 올해도 흑자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안팎으로 하락 압력이 고조되는 분위기"라면서 "당분간 환율이 하락해 하반기에는 1050원선을 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연구원은 1050원선 돌파 시점이 좀 더 가까울 것으로 점쳤다. 전 연구원은 "상반기 중 1050원선이 뚫렸다가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 환율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때문에 3월 환율이 등락을 거듭했다"면서 "당분간 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옐런 의장의 발언이 나온데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풍부한 외환보유액까지 원화의 펀더멘털이 아주 좋은 상황이어서 환율 하락세를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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