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전용 망원경 설치, 호주·남아공에도 연내 구축 완료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리나라가 칠레에 외계행성 추적 전용 천체망원경 구축을 완료하고 24시간 추적 시스템을 갖췄다. 이어 연내에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설치돼 본격적인 '제2 지구 찾기'에 나선다. 우리나라가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삼각편대'를 마련한 것이다. 오는 2019년에는 총 1조원 규모의 거대마젤란망원경이 구축돼 입체적 관측 시스템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필호)은 30일 지구형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관측 시설을 남반구의 칠레, 호주, 남아공화국에 설치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탐색 연구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이라고 부르는 이번 시스템은 한번에 4도 면적을 관측할 수 있다. 세계 최대급 광시야 탐색관측 장비로 직경 1.6m의 광학망원경과 3억3000만 화소의 CCD(빛을 전하로 변환시켜 이미지를 얻어내는 방법) 카메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남반구의 3개 관측소에 설치돼 24시간 연속관측이 가능한 광시야 탐색시스템이다. 가로 2도, 세로 2도(전체 관측 면적 4도)는 밤하늘에서 보름달 16개에 해당하는 넓은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범위이다. 망원경 1호기의 칠레 설치를 시작으로 3기의 시스템 설치를 올해 안에 모두 완료한다. 내년 부터 본격적으로 외계행성 탐색에 활용할 예정이다.
외계행성 탐색 연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많이 뒤처져 있다. 세계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외계행성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현재까지 약 1800개의 행성을 발견했다. 이중 우리나라는 24개를 발견하는데 그쳤다. 2008년 국제공동연구로 태양계를 닮은 외계행성계를 발견한 것과 2009년에 2개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외계행성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 대표적 성과이다. 외계행성 탐구는 2009년 3월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전환점이 마련됐다. 케플러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약 960개의 행성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외계행성 탐색은 현대 천문학 연구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이 연구는 우리 태양계 외에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계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뿐만 아니라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천문연은 미시중력렌즈 방법을 활용해 지구형 외계행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지상망원경으로 지구형 외계행성을 탐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모든 천체들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고 서로 고유운동을 하며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데 착안했다. 특수한 경우에는 멀리 떨어진 별과 관측자 사이에 또 다른 별이 일직선상으로 놓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를 전후해 별빛이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을 관측하게 된다. 이는 가까이 있는 별의 질량이 주변의 공간을 왜곡함으로써 멀리 떨어진 별의 빛이 관측자에게 증폭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별빛의 변화를 통해 행성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외계행성 탐색 연구 이외에도 광시야 관측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해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과 혜성을 발견하거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해 지구에 위협이 될 경우를 대비할 수 도 있다. 또 초신성 폭발 현상과 외부은하를 지속적으로 관측해 별과 은하의 진화 연구에도 활용한다.
이외에도 외계행성 탐색방법으로 ▲시선속도 방법 ▲별표면 통과 방법 ▲극심시각 방법 ▲직접 촬영법 등이 있다.
시선속도 방법은 별 주위에 행성이 있을 때에는 행성의 움직임에 의해 별 또한 질량중심 주위를 공전하게 된다. 이때 별빛이 관측자에 다가올 때는 청색편이가 일어나고 멀어질 때는 적색편이가 일어난다. 이러한 도플러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행성의 존재 유무와 질량, 장반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가장 정밀한 측정값을 내는 기기는 칠레 라씨야(La Silla) 천문대의 3.6m 망원경에 부착된 고정밀 분광기(HARPS; High Accuracy Radial velocity Planet Searcher)로 1.0m/sec의 속도까지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별표면 통과 방법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궤도면이 관측자와 일치할 경우 별 앞을 지나는 행성은 그 크기 만큼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별빛을 가리게 된다. 행성이 별빛을 가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별 표면을 가로질러 빠져나올 때까지의 시간 동안 일어나는 별빛의 변화를 분석하면 별의 크기에 대한 행성의 상대 반지름을 알 수 있다. 2009년 3월에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은하수 근처의 백조자리를 지속적으로 관측해 별표면 통과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탐색하고 있다.
극심시각 방법은 별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거리 변화를 별빛이 관측자까지 도달하는 시간의 변화로부터 유추해 행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별빛이 변하는 천체 중에는 밝기 변화가 매우 규칙적인 것들이 있는데 중성자별인 펄서(pulsar)와 두 별이 공전하면서 서로 가리는(식 현상 eclipse) 식쌍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극심시각(최대 또는 최소 밝기 시간)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경우를 분석해 별 주변에 행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직접 촬영법은 최근 들어 고분해능과 고집광력을 갖춘 망원경이 개발됨에 따라 별 주변의 행성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밝은 별빛을 가리고 희미한 행성의 빛만을 기록하기 위해 별빛을 가리는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를 사용하거나 또는 별빛의 위상만을 반전시켜 별빛만 제거하는 널링간섭계(Nulling Interferometer)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24시간 관측 시스템 구축과 함께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미국, 호주와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을 개발하고 있다. 지름 8.4m의 반사경 7장을 붙여 총 직경 25.4m에 이르는 초대형 망원경이다. 이 사업에 총 1조원이 들어가는데 우리나라는 1000억원을 부담한다. 오는 2019년 칠레 안데스 산맥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건설될 예정이다.
천문연의 한 관계자는 "칠레와 호주, 남아공에서 24시간 외계행성 관측을 시작하면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거대마젤란망원경 등 앞으로 우리나라 천문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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