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고민없는 야당의 새정치](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4032810174245369_1.jpg)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야권에 '새정치'가 공식 등장한 것은 1995년 9월이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때다.
'새로운 정치'가 몰고 온 파도는 강력했다. 야권 뿐 아니라 여권을 통틀어서도 새정치가 정당이름으로 사용된 적이 없어선지 반향이 컸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는 단숨에 '제1야당' 자리를 빼앗고 다음해 총선에서는 확고한 여당의 대항마로 자리를 굳혔다. 1997년 대선 때는 여야 정권교체를 이루기도 했다.
'새정치국민회의'가 돌풍을 일으킨 데는 기존 야당 정치와는 차별화되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뿐 아니라 중도까지 껴안은 정강정책의 변화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새정치'가 준 이미지 효과가 컸다.
김 전 대통령의 '새정치'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그는 '보스정치'와 '뚜렷한 지역색'을 가진 정치거물 중의 한 명이었다. '보스'와 '지역색'은 낡은 정치를 대표하는 단어였다. 전국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호남정당', '1인당'이라는 '사당(私黨)' 이미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신당 명칭에 반영했다. 1960년 정당법이 만들어진 이후 정당은 '○○당'이라는 이름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연합', '회의' 등의 명칭을 고수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절실함의 결과물인 셈이다.
새정치는 이후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에 적절한 단어였다. 새정치국민회의에 이어 등장한 새천년민주당이 그랬고 2012년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새'자로 시작하는 정당에 동참했다.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정치는 '새'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 다시 '새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으로 탄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이 그것이다. '새정치'가 주류정당 명칭에 쓰인 것은 새정치국민회의가 출범한지 19년만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위력은 과거 새정치국민회의 출범 당시보다 약하다. 반짝 상승하던 창당 효과는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진보진영에서 중도, 더 나아가 보수세력으로 분류되는 산업화세력까지 껴안겠다는 내용을 정강정책에 반영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의 트위터에 달린 한 댓글은 인상적이었다. '새정치'로 시작하는 정당명 여러 개를 놓고 정답을 찾는 질문에 한 네티즌은 "'새정치'를 정당명에서 빼는 게 정답"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정당 이름에는 시대상과 지향점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1야당이 된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과거 새정치국민회의가 했던 고민을 찾을 수 없다. 그럴싸하게 포장만 했을 뿐이다. '새정치'의 성공을 위해 '새정치'를 버려야 한다는 댓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