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사장 11억5200만원·한라비스테온공조 사장은 12억2800만원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권해영 기자, 김승미 기자]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 공개가 시작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여론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들의 수입과는 괴리감이 커 개별 연봉이 공개된 이후 해당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특히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이 자칫 고액연봉과 맞물릴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은 오는 31일까지 자신의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등기임원 전체에 지급한 보수 총액과 평균 액수만 공개하면 됐다.
가장 먼저 연봉을 공개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공시를 통해 자사 대표이사인 한상범 사장에게 지난해 모두 11억5200만원을 지급했다고 24일 밝혔다. 근로소득은 9억4500만원, 상여금이 2억700만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어 최근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긴 정호영 전 부사장의 연봉은 5억42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정 전 부사장은 근로소득으로 4억2700만원을, 상여금으로 1억1500만원을 지난해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한 사장과 정 전 부사장을 포함한 등기이사 3명에게 모두 16억9400만원을 지급했다.
LG디스플레이 이외에 박용환 한라비스테온공조 사장이 지난해 12억2800만원(급여 5억5000만원, 장단기 성과급 6억5800만원 등)을, 박재석 전 S&T중공업 사장이 지난해 7억3530만원(급여 및 상여 4억5165만원, 스톡옵션 행사 이익 2억8365만원)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국내 주요기업 임원 연봉 공개시한은 이달 31일이다. 국내 500대 기업의 연봉 공개 대상자가 530여명에 달하는 만큼 재계는 연봉공개에 따른 후폭풍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여론의 향방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연봉공개로 인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오너 일가의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 기업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고액 연봉이 과연 돌팔매를 맞아야 하는 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연봉이 사상 첫 공개되는 만큼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B 기업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주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연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과 해당 임원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이 있는 상황에 고액 연봉자의 임금이 공개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기업 오너 및 경영진에 대한 연봉이 공개되면 통상임금 문제로 불붙은 노사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경영진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는 등 경영진간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C 기업 관계자는 "법 개정은 기업의 과도한 보수 지급을 감시하겠다는 취지지만, 적정한 보수 수준을 판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노사갈등, 체감 빈부격차 확대 등 논란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올 주주총회(주총 이전 포함)를 통해 등기임원에서 사임한 그룹 오너 및 그 일가의 연봉(5억원 이상)도 이번에 공개된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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