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과실상계’ 주장에 제동…“원래대로 돌려놓아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계약이 해제될 경우 상대방의 책임 원인과 무관하게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택지분양권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면서 차모씨가 A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반환소송에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 내용은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지급받은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03년 경기도 화성시 단독주택 용지 분양권을 차씨에게 1억4500만원에 팔기로 했다. 그러나 분양이 진행되자 ‘차씨에게서 분양권 전매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한 B씨가 나타났고, A씨는 B씨가 소개해 준 제3자에게 분양권을 넘겼다.
차씨는 매매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면서 계약을 해제했고, 1억4500만원 반환을 요구했다. A씨는 “차씨가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잘 관리하지 않았고 B씨에게 맡기는 바람에 그 사람의 말을 믿고 분양권을 다른 데로 넘겼으니 차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하는지가 논란의 초점이 됐다. 서울북부지원 민사13부(부장판사 윤종수)는 2012년 5월30일 1심에서 차씨의 매매대금 반환 청구를 기각한다면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김명수)는 2013년 4월3일 2심에서 “차씨도 60%의 책임이 있으니 피고는 40%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차씨는 돈의 일부는 돌려받게 됐지만, 전액은 아닌 셈이다.
민법은 계약 해제의 경우 ‘원상회복’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계약 당사자의 착오 등 과실이 있다고 해도 받은 돈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과실상계’가 쟁점이 됐다.
차씨도 계약해제의 일부 원인을 제공했으니 책임만큼 상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2심 판결에서 차씨에게 40%만 돌려주라고 한 것도 손해배상에서의 ‘과실상계’ 논리를 적용한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결과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계약을 해제한 사람이 그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 사안에서 원인의 일부를 제공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에서의 과실상계에 준해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만일 원심과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착오자는 계약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행한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 국면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한당하기 쉬울 것이다. 이는 착오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하는 우리 법의 결단에 현저히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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