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경제가 저성장 기조인 지금,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흐리는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총재 후보는 이날 오후 속개된 질의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성 관련 질문에 기계적인 균형을 유지했다. 에둘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서면 답변과는 온도차가 있다. '언행일치'를 강조하면서 구설이 잦았던 현 김중수 총재를 비판한 만큼 시빗거리를 줄 만한 언급은 극도로 삼갔다.
그는 그러면서도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는 고용과 성장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적어도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진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 후보는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고용,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이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총량이 늘어난 만큼 질, 구성에서 우려할 부분도 많다"면서 "한계가구와 다른 계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정책"을 한 가지 대안으로 꼽았다.
한은의 소명을 묻는 질의에는 "물가안정은 변함 없는 가치"라고 전제한 뒤 "물가와 성장의 균형있는 조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나아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안정 도모를 위해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말로 한은의 역할 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전 질의에선 "한은법 개정을 통한 지급결제 감시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 후보는 더불어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처럼 금리의 방향을 미리 귀띔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포워드 가이던스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고 정책 수단"이라면서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필요에 따라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답변했다.
이날 청문회는 현 김 총재 체제에 대한 비판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 속에서 무난히 마무리됐다.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사상 처음 열린 인사청문회였지만 예상보다 이른 오후 5시에 질의와 답변이 모두 끝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하루 뒤 채택할 예정이었던 한은 총재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이날 청문회 직후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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