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생각의 한계= 신경과 의사이자 소설가인 로버트 버튼은 '당신이 뭘 아는지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뭘 아는지를 안다'는 것이 심사숙고의 결과라는 신화를 깨뜨리기 위해서다. 무언가를 '안다'는 느낌은 사실의 증거가 아니라 하나의 정신적 감각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확신과 같은 느낌은 뇌의 원시적 영역에서 비롯되며 적극적인 의식적 반영이나 추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사고와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 사이의 모순을 탐구하고, 우리가 아는 것 또는 안다고 확신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앎'이라는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수많은 유전적 요인에서부터 신체 감각의 착각에 이르기까지 주변 모든 것들이 이 '안다는 느낌'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첨단 신경과학, 실험 데이터 등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통해 증명해낸다. 로버트 버튼 지음/김미선 옮김/더좋은책/1만5800원
◆히트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년 경력의 마케팅 디렉터인 저자가 그간 히트상품을 개발하면서 겪었던 모든 과정을 기록해 대중이 알기 쉽도록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애경, LG생활과학 등에서 상품개발 및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며 이자녹스, 뜨레아, 곡물설거지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을 탄생시켰다. 이들 상품이 기획되던 시기에는 이미 기존 시장에 난공불락의 1등 상품들이 존재했으나 조그마한 틈새, 낮은 가능성 속에서 그가 선보인 상품은 시장을 재편하고 현재까지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담았다. 김재영 지음/한스미디어/1만6000원
◆단속사회=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청년담론을 주도해온 저자가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우리 삶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상황의 변화 즉 '소통 불가능에 처한 시대'다. 그간 생생한 현장연구와 그 사례를 해석하는 독특한 관점으로 '망원경과 현미경을 두루 갖춘 소장학자'라는 평을 받아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단속사회'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기존의 인문사회과학이 관계 단절을 하나의 문제적 현상으로만 여겨왔던 관성에 도전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단절의 양상, 즉 우리가 언제 누구와 접속하며 또 언제 누구와는 단절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관계 단절이 어떻게 개인의 무기력을 낳고 곧이어 사회의 붕괴로 이어지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에피소드가 풍부하다. 엄기호 지음/창비/1만5000원
◆왜 몽골 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 역사상 몽골 제국보다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나라는 없었다. 그런데 약 30년, 보기에 따라 40년 세월을 끈질기게 저항하며 몽골로 하여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던 유일한 나라가 고려다. 전문 학자들은 대개 몽골이 강화도를 못 쳐들어온 것이 아니라 치지 않은 것이며, 몽골은 물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 대제국을 세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강을 건넜고 적지 않은 수전도 치러냈는데 물을 두려워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이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대몽항쟁사를 다시 공부하고, 강화도 구석구석과 전국의 대몽항쟁지를 답사하면서 얻은 결과물을 통해 몽골이 강화도를 치지 못했던 이유를 밝혀나간다. 그리고 "강화도는 몽골군에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별이었다"고 말한다. 이경수 지음/푸른역사/1만5000원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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