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제품들 판매점에서 할인판매 하거나 다음해에 재활용...밀어내기 사례는 줄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동현 기자]"그 많던 사탕과 초콜릿은 어디로 갔을까."
해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각종 이벤트용 기념일이면 편의점ㆍ슈퍼마켓 앞마다 초콜릿과 사탕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손님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정작 초콜릿과 사탕을 사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유심히 지켜보면 며칠째 쌓여 있는 사탕과 초콜릿의 양은 줄어들지 않고 먼지만 잔뜩 쌓이는 게 보통이다. 재고로 남는 이 초콜릿과 사탕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업계에 따르면, 이 제품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매점에서 '재고'로 할인판매에 의해 소모되거나 다음 해까지 보관돼 재활용된다.
화이트데이였던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서울시청 인근 S편의점. 입구 앞 가판대에는 형형색색의 사탕과 인형이 진열돼 있었다. 편의점 주인은 책상과 카드 단말기까지 밖으로 내놓은 채 판매에 열을 올렸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물건들을 구경했다. 그러나 사탕을 구입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반대편에 있는 G편의점도 마찬가지. 매장 앞에는 사탕과 젤리, 초콜릿 등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제 각종 기념일 때마다 편의점ㆍ슈퍼마켓 등에 진열되는 초콜릿ㆍ사탕 등의 판매율은 그리 높지 않다. 잘 팔려야 절반 쯤 팔리고, 적게는 10%밖에 팔리지 않는 매장들이 수두룩하다. 성북구 고려대 인근의 한 편의점 점주는 "우리 가게는 대학생들이 주로 단골이어서 기념일 때 준비한 초콜릿ㆍ사탕들이 다른 가게에 비해 잘 팔리는 편이지만, 이번 화이트데이 때 들여온 물건 중 40%정도만 판매됐다"며 "다른 가게들은 많아야 20~30% 정도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재고로 남는 초콜릿ㆍ사탕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우선 유통기한이 긴 사탕과 제품들의 경우 대부분 '할인판매'를 통해 소비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편의점주는 "남는 물건들은 재고로 남겨두고 할인 판매를 하는데 보통 3개월 정도면 다 팔린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편의점 본사에서 점주들에게 '밀어내기'를 통해 물건을 떠넘긴 후 대금만 챙겨 가는 바람에 점주들이 할인 판매를 하는 등 애를 먹었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행태는 많이 줄었다. 지난해의 이른바 '갑을' 논란 이후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이나 인형이 포함된 특수 상품 등은 본사에 반품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청 인근 한 편의점주는 "화이트데이 상품 중 인형이 함께 포장된 사탕은 본사에 반품하고 나머지 상품은 대부분 행사 이후 개별적으로 판매한다"며 "'남양유업 사태' 이후 본사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요즘은 밀어내기 사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편의점 직원도 "데이행사 때 상품을 넣을 경우 본사에서 반품 가능한 물건과 가능하지 않은 물건을 공지해 준다"며 "팔다가 반품 가능한 것은 본사로 보내는데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쉬쉬하고 있을 뿐 편의점 본사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횡포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중순부터 초콜릿ㆍ사탕 등 '데이용' 상품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제보받고 직권 조사에 착수해 몇 가지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 조사 및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언제 조사가 마무리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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