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삼성전자 디지털 고화질 텔레비전의 연구ㆍ개발을 주도한 전직 연구원이 회사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벌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강제조정을 결정해 4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건이 마무리됐다.
1심에서 6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금을 인정해 사회적 파급력이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조정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소송에 참고할 수 있는 판례를 남기지는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이태종)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지낸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6일 강제조정을 결정해 사건이 그대로 마무리됐다고 11일 밝혔다.
강제조정은 조정절차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을 때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평한 해결책을 제시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결정이 있은 지 2주 이내에 원고와 피고 누구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강제조정결정이 확정된다. 강제조정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사건 당사자들은 다만 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 또한 비공개 원칙을 지키기로 했으며 이 같은 원칙은 조정 결정문에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1년~1995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한 정씨는 디지털 고화질 텔레비전의 연구와 개발을 주도하며 국내외 특허 38건을 회사 명의로 출원했다. 퇴사 후 정씨는 회사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2010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정씨의 특허 발명으로 625억원을 벌었다고 판단, 정씨에게 60억3000여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정씨에 대한 보상률을 10%로 정하고 그가 이미 회사로부터 받은 2억여원을 뺀 금액이다.
삼성전자 직무발명 관련 소송이 확정 판결 없이 마무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직원 최모씨는 자신이 발명한 '천지인' 자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2002년 패소했다. 최씨는 항소했지만 이듬해 회사와 합의한 뒤 소송을 취하했다. 회사와의 합의과정에서 최씨가 회사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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