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불과 2년 전만 해도 유럽의 대표적인 재정 취약국으로 분류됐던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0.73%를 기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1만6000명의 병력을 파견한 지난달 24일 0.80% 보다 내려갔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이날 3.46%를 기록, 일주일 전 3.55% 보다 낮아졌다.
이탈리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일주일 사이에 3.62%에서 3.44%로 떨어졌다.
국채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으로 이들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7월만 해도 스페인 국채의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6.64%, 7.62%까지 치솟았었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도 5.05%로 높아 투자자들이 재정 취약국 국채 투자를 꺼리고 있음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심지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는 유럽 채권시장의 대표적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 분트 처럼 취급받는 특수도 누리고 있다. 이들 국채 금리의 흐름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분트와 같은 추세로 움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 지기 때문에 분트 금리가 내려가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이나 재정 취약국의 금리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FT는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와 분트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지난주 큰 변화를 나타내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이들 두 나라 채권도 '안전 자산'으로 취급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지고 있는 것과 재정 취약국들의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이들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를 높인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채권 리서치 담당 대표는 "유로존 취약국 채권도 안전 자산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유럽 중앙은행(ECB)이 디플레 타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재정 취약국에 대한 국채 투자 리스크가 과거 보다 낮아진 점도 매력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한편 또 다른 유럽 재정 취약국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도 국채금리가 위험 수준인 7%를 벗어나 6%대로 떨어지는 의미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4일 6.928%를 기록, 4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재정위기가 고조됐던 2011년 7월 사상 처음 40%를 돌파하며 치솟았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채 금리 7%는 국가가 부채를 갚아야 하는 부담이 너무 높아 지속적인 부채 상환이 힘든 위험 수준의 금리로 인식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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