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남북관계의 개선이 없는 한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성이 심화되며 이에 따른 개혁ㆍ개방의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일 '5ㆍ24 조치, 장성택의 처형 그리고 북한경제의 딜레마' 보고서를 통해 "5ㆍ24 조치에 따른 북한의 대중국 자원수출 증대는 급기야 장성택 처형의 한 가지 빌미로 작용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5ㆍ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국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및 대북 신규투자 등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5ㆍ24 조치 이후 대한국 수출량이 3분의 1로 급감하자, 대신 무연탄, 철광석 등의 대중국 수출을 늘렸다. 2009년 북한이 일반교역과 위탁가공을 통해 한국에 수출한 월 평균 규모는 4160만달러였으나, 5ㆍ24 조치 후 2010년7월~2012년12월 수출액은 월평균 377만달러에 그쳤다. 이 중 중국으로 순대체 수출된 금액은 월평균 1337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무연탄, 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은 월평균 1억2683만달러나 증대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실상 무연탄과 철광석 단 두 가지 품목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기존 한국에 수출하던 상품을 중국으로 대체 수출하려 했으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5ㆍ24 조치의 부정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물자들을 확대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무연탄과 철광석이 북한의 기간산업을 가동시키는 기본 물자로, 2009년 북한은 김정일의 지시로 무연탄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었다.
특히 그는 "2012년 이후 북한의 대중국 자원수출여건이 점차 악화돼 왔고 급기야 이것이 장성택의 처형이라는 정치적 사건의 명분으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북한당국은 장성택의 처형 죄목 중 하나로 '지하자원과 토지를 외국에 헐값으로 팔아먹은 매국행위'를 들었다. 중국 무연탄 수출단가는 2012년 중반부터 뚜렷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철광석 수출단가도 2011년 중후반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수출이 북한경제 내부에 미치는 부작용 역시 그만큼 커지는 부담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라며 "장성택의 처형은 매우 역설적으로 북한경제 및 정치에서 대중 의존성 심화라는 딜레마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자원수출을 책임진 경제주체들 역시 동일한 경제적 죄목을 언제나 염두에 두며 중국과의 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딜레마"라며 "북한당국으로서는 경제의 개혁 및 개방과 관련된 딜레마에도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대중국 수출 외 추가적 경화를 획득할 수 있는 경로는 주민들이 갖고 있는 달러를 당국으로 환류시키는 것과 해외와의 경제적 접촉면을 넓히는 것 등 두 가지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은 기존 사회주의 질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는 북한에게 있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려는 유인이 더욱 클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간 북한은 스스로 곤란한 처지에 놓일수록 한국을 위협하고 굴복시켜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 하는데 매우 능수능란하다"며 "관계개선 계기를 모색하는 한편, 예기치 못한 정치군사적 공세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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