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증시 상황은
1년째 지지부진, 같은 시기 일본은 큰 폭 올라…코스피3000 공약실천 정부의 의지가 관건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이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임기 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된 지금, 코스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반면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1년을 넘긴 일본 증시는 큰 폭으로 올라 한국 증시와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양국 정책의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수장 시장관이 '비동조화' 초래=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2월25일부터 전일까지 코스피는 3.31% 하락했다. 당시 2000선 초반이었던 코스피는 현재 1930~195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1년간 증시는 해외 변수에 좌지우지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출렁거렸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매매 흐름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가 2060선까지 오르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의 힘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26.62%나 상승했다. 지난 연말에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적도 엇갈렸다. 지난해 결산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 부진 여파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호전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로 끝나는 일본의 2013 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최근 이익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어 이익 증가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 꾸준히 이익 전망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국내 상황과 대조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신정부가 들어선 한국과 일본 증시의 온도차는 정책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근혜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로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멀지 않아 사그라졌다. 창조경제 기대감으로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고 코넥스가 개설됐지만 실제 주가 영향은 미미했다. 오히려 주가조작 근절 조치로 거래량이 한층 줄어들기도 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 박근혜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를 요약하자면 시장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뭔가 강력한 부양정책을 편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북돋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엇갈리는 시장 전망…정부 의지가 관건= 한국과 일본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거시경제 지표와 경기 흐름만 놓고 봤을 때다.
정용택 센터장은 “한국은 3월 이후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의 경우 작년에 많이 오른 것에 대한 조정이 나타날 것이며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이후에 한국 증시가 좀 나아질 것이라는 말들은 있지만 그래도 일본 증시가 한국보다 상황이 더 좋을 것으로 본다”면서 “코스피의 경우에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만한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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