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도입 추진 밝혀...지자체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올해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를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 낭비 방지 등 재정 운용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지자체들은 재정 부실의 원인이 중앙 정부의 복지 부담 전가 등에 있는 상황에서 파산제 도입은 책임 떠넘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 업무보고에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행부는 현재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진 빚이 100조원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지방 재정 부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안행부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 내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전문가,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12월까지 파산 지자체 지정 기준, 관리 절차, 회생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해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지자체들은 정부가 정한 기준 이상의 부채를 지게 됐을 경우 '파산' 선고를 받아 행정기구ㆍ정원 감축,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이행해야 한다.
또 정부 또는 상급단체가 재정 운영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게 되는 등 재정 자치권을 박탈당한다. 파산 선고의 기준으로는 예산대비 채무비율, 통합재정수지적자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지방세 징수액 현황, 공기업 부채비율 등이 거론되고 있다. 파산선고 후 지자체의 자치권을 제한할지, 중앙정부나 시도가 파산관재인을 파견할지, 위원회를 구성할지 등도 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지자체 파산제는 지자체장이 재정운영을 잘못할 때 이를 막는 최후의 제재수단"이라며 "결코 통제나 권한행사가 아니라 국민이 염려하는 지방재정을 건실하게 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들과 전문가들은 재정 부실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우선 지방재정 부실이 중앙정부의 복지사업 확대로 인한 지방재정 부담 증가 때문이며, 이것이 지방재정 악화의 주요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작년까지 지방이 51%를 부담해야 했던 영유아보육료나 74.5%를 부담해야 하는 기초노령연금 등이 대표적 예라는 것이다.
또 지방재정이 원천적으로 중앙정부에 종속된 상태여서 지방재정 부실은 중앙정부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재정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을 꼽으라면 중앙정부의 과도한 복지부담인데도 지자체 책임으로만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작년 51.1%로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최악으로 떨어진 상태다.
김동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지방자단체가 재정책임을 100% 지지 않는 상태에서 파산제는 정치적인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며 "파산제가 실효성 있으려면 지방세인 취득세조차 중앙정부가 좌지우지하는 현행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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