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상장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기업 성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매출액 1조원 이상 기업들의 매출 감소가 전체 상장기업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기업 경영 위축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비금융업 상장회사 1536곳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경영지표 중 6개 지표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유형자산증가율 세 지표 모두 2009년보다 나빠졌다. 특히 2009년에도 미약하나마 증가세를 이어왔던 상장기업 매출액은 지난해 -0.10% 성장을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12년 기준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가입했던 148개사의 매출액 증가율은 -0.48%로 더욱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잠시 반등했던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이후 3년간 저조한 성적을 이어갔다. 상장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4.19배로 2009년(3.46배)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이들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취약기업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전체의 37.6%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기업 비중은 2009년 27.6%에서 2010년 22.8%로 줄었으나 2011년 29.4%, 2012년 33.9%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영지표 중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자기자본비율 등 상장기업의 안정성은 전반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비율은 2009년 93.94%에서 지난해 85.81%로 줄었고, 자기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51.56%에서 53.82%로 늘어나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차입금의존도는 24.81%에서 26.36%로 높아졌으나, 뚜렷한 추세변화를 보이진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진 것과는 달리 기업 매출액은 마이너스 성장했으며, 올해에도 내수부진, 신흥국 금융불안과 같은 대내외 위협요인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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