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3조원 규모의 한국형 전투기(KFX) 엔진사업 수주를 위한 해외 엔진업체들 간 물밑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0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F-16보다 성능이 우수한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하기 위해 오는 4월에 입찰을 공고하고 6월에는 우선협상 대상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KFX는 하이(high)급, 미들(middle)급, 로우(low)급 등으로 구분되는 공군 전투기 중 미들급에 해당한다. 미들급은 기동성은 KF-16과 유사하지만 탑재되는 레이더, 전자장비 등은 더 우수한 전투기를 말한다. 국방부는 2022년까지 120여대의 신형 한국형 전투기를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전투기 엔진을 '단발'로 할 지, '쌍발'로 할 지 결정을 남겨놓고 있다. KFX의 엔진이 쌍발로 결정될 경우에는 유로파이터에 사용된 유로제트 'EJ200', F-18에 들어가는 GE사의 'F414'가 유력하다. 단발엔진을 적용할 경우 F35스텔스 엔진을 납품한 경력이 있는 미국 PW사와 F-16에 들어가는 GE사의 'F110'엔진이 후보로 오른다.
유로제트의 최대지분을 보유한 롤스로이스는 KFX엔진의 국내생산과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엔진제어기술 등 핵심기술 이전은 물론 국내 방산기업인 삼성테크윈과 손잡고 국내생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테크윈은 위탁면허생산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 방산기업이다. 국내생산을 할 경우 엔진분야에서만 100여개의 중소기업이 해외업체로부터 기술이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GE사는 엔진납품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GE측은 이미 기존 전투기 사업을 통해 성능을 입증받았기 때문에 쌍발이든 단발이든 경쟁업체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엔진업체들이 KFX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내생산규모 외에 수출 가능성 때문이다. KFX가 가격 경쟁력만 갖추면 최대 600대 정도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공군은 전투기의 추진력을 키워 무장능력을 높이고 전투행동 반경을 확장하려면 쌍발 엔진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발 엔진으로 결정나면 신규 개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사업기간이 1년 반 정도 지연된다. 반면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은 단발 엔진을 적용해 FA-50(경공격기) 확장형으로 개발하는 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엔진만 결정하면 내달 김관진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을 승인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쌍발 엔진은 개발비가 더 소요되지만 전투능력 면에서 장점이 있고, 단발 엔진은 이미 개발한 FA-50 기반으로 개조 개발하는 등 경제성 면에서 매력이 있다"면서 "국방부와 합참, 공군 등 모든 관련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엔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