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때 아닌 ‘도핑’ 논란에 한국 배드민턴이 직격탄을 맞았다. 국가대표팀의 간판 이용대(26·삼성전기)와 김기정(24·삼성전기)은 1년간의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3월과 9월, 11월 총 세 차례 도핑테스트(약물검사)에 불응한 게 원인이었다. ‘소재 불분명’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건 이용대와 김기정이 첫 사례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는 “대회 참가와 불시검사 일정이 겹치면서 생긴 일이지 (두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용대와 김기정의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는 사실이다. 선수 본인은 물론 선수단 전체에도 손해가 막심하다. 24일부터 향후 1년간 자격이 정지되면서 두 선수는 국내외 대회 참가는 물론 공식적인 훈련에도 함께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용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주축선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달 초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대회와 2014 말레이시아 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잇따라 부진했지만 언제든 승전보를 올릴 수 있는 대들보라는 점에서다.
협회는 BWF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를 대상으로 항소를 계획 중이다. 두 선수의 아시안게임 출전에 초점을 맞추고 역량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징계기간 단축 등을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음달 17일 내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장을 제출키로 방침을 정했다.
김중수 협회 전무이사는 최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용대, 김기정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꼭 참가할 수 있도록 일심단결해 대응해 나가겠다”며 “지도부 총사퇴 등 무거운 각오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의 뜻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번 내려진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징계감면을 이끌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징계기간이 적용되고 있을뿐 아니라 다른 국가 선수들과의 형평성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지약품 복용 사실은 결코 없었다”는 해명과 별개로 ‘도핑’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노출되면서 국가대표로서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협회의 선수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해진 기간에 선수들의 소재지를 입력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미숙함도 드러냈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조속한 시일 내 코트 위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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