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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토리인물史]진 통일제국의 설계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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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토리인물史]진 통일제국의 설계자 '이사'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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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李斯, ?~BC 208)는 전국시대 말기 초나라 상채(지금의 하남성) 출신이다. 진나라에 출사해 진왕 영정의 참모가 되어 자신의 지략과 술수를 맘껏 발휘하여 천하통일과 제국 통치의 기반을 닦았다. 중국 역사상 손에 꼽히는 정치모략가였지만 말년에 환관 조고의 꼬임에 빠져 본인과 제국의 비극적 몰락을 가져왔다.


그는 잠시 동안의 초나라 말단 관리 생활을 접고 명성이 자자한 정치사상가 순자 밑으로 가 학문을 연마했다. 타고난 재능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수제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당시의 천하정세를 면밀히 분석한 후 서쪽의 진나라를 자신의 재능을 펼칠 나라로 판단했다. 진은 재상 상앙의 개혁으로 강력한 군사력과 효율적 국가운영체제를 갖추었고 진왕 영정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국운이 융성하는 형세였다.

진나라 재상 여불위 집의 식객에서 출발하여 낭관, 장사, 객경 등 승진을 거듭해 진왕의 최측근이 되었다. 외지인의 고속 출세는 당연히 귀족과 고관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대규모 수리 공사를 계기로 조정 안팎에서 여불위, 이사 등 외부세력과 구세력 간 한판 대결이 불가피했다. 조정의 안정을 위해 외지인인 객경을 국경 밖으로 내쫓아야 한다는 축객령(逐客令)은 그의 정치 생명을 한 번에 끊어놓을 수 있는 독약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간축객서(諫逐客書)는 문장 하나하나의 간곡함과 명쾌함으로 진왕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영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첫째로 객경들이 진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로 축객론은 보물만 중요시 여기고 인재는 가볍게 여기는 우책임을 주장했다. 셋째로 진나라에서 쫓겨난 인재들은 적대국인 6국을 도와 천하판세를 뒤바꿀 것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폐하께서는 지금 객경들을 버림으로써 적국을 도와주려 하고 있습니다"라는 직언은 영정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인재가 통일 대업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진왕의 명석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천하통일의 원대한 구상을 진왕에게 제시했다. '기회를 잡으면 절대로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속전속결의 논리를 강조했다. 한나라부터 공격해 멸망시켜 나가야 한다는 단계적 통일론을 제시했다. 또한 군사력과 뇌물 전략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천하통일 전략이야말로 시대의 흐름과 6국의 정세를 꿰뚫은 탁견이었다. 냉철한 현실 정치가로서의 이사의 출중함을 보여주는 원대한 구상이었다.

황자들을 제후왕으로 봉하는 분봉론을 반대하고 강력한 황제의 독재체제를 뒷받침하는 군현제를 주장한 것도 그였다. 진시황은 "만약 제후들을 분봉한다면 이건 전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천하의 백성들이 다시 곤경에 빠지지 않겠는가"라며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앙-군-현으로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행정체제가 그 후 2000년간 중화제국의 버팀목이 되었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는 통일 이후 문자의 통일, 화폐와 도량형의 통일 등 전국시대에 흐트러진 각종 제도와 방식을 표준화하는 제도개혁을 주도했다. 제도 도입과 초기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혼란과 인적ㆍ물적 손실을 가져왔지만 제도의 통일이 이후 중국 사회에 가져다 준 혜택은 실로 엄청났다.


진시황의 전제 정치와 과격한 정책 추진은 제국 전체를 질식시켰고, 이사의 경륜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무리한 만리장성 축성은 수십만 민초의 삶을 앗아갔고, 분서갱유는 지식인들의 제국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진시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엄청난 권력의 공백을 가져왔다. 내우외환을 막기 위해 진시황의 죽음을 비밀로 유지키로 한 결정은 그를 칼날 위에 서게 만들었다. 환관 조고의 여섯 번에 걸친 회유에 무너진 이사의 정치적 운명은 결국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거짓 유조에 속아 자결한 장남 부소, 우매한 호해의 이세 황제 즉위, 조고의 음모와 이사의 몰락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모진 고문에 모반죄를 인정한 이사는 BC 208년 수도 셴양(咸陽)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는 통일제국의 초석을 닦은 탁월한 정치인이었지만 지나치게 명리를 좇아 결국 자신의 명예와 목숨을 지킬 수 없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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