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텔레마케팅(TM)을 통한 대출과 보험모집 영업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금융당국이 하루 만에 보험사와 카드사 임원들을 소집한 것은 업계발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신용정보사 직원에서 촉발된 정보유출의 유탄을 맞았다' '온라인 전업사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식의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서비스 등을 통한 대출ㆍ보험모집 행위를 3월 말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인정보의 불법유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금융사의 비대면 영업행위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대출모집인을 활용해 대출하는 경우 어떤 정보로 대출했는지 반드시 확인 후 문서화하도록 했다. 다만 하이카, 더케이손보, 라이나생명 등 매출에서 TM 비중이 70% 이상인 온라인 전업사는 제외했다. 이번 조치로 영업을 못할 경우 사실상 3월 말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보험사와 TM 종사자들은 발표 직후 "잘못도 없는데 책임을 지게 됐다"면서 "영업과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현재 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TM 종사자는 3만1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카드사 전담인력 8400명을 비롯해 독립대리점에 소속된 인력까지 합칠 경우 4만명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종사자들 대부분이 생계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 이상 영업 중단은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A생보사 마케팅 담당자는 "온라인 전업사를 제외한 이유가 영업중단이 우려된다는 점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회사들은 부분 영업정지를 맞게 된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손보사 관계자는 당국의 대책 발표 직후 "금융당국이 업계의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루빨리 논란만 잠재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대책을 위한 대책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내비쳤다. 카드사 정보유출 문제가 불거진 이달 초부터 상황을 복기해보면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하나둘씩 '찔끔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땜질식 대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미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가 고객 정보유출 인터넷 확인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접속이 폭주하자 금융당국은 이들 카드사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식의 임기응변식 방안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이날 보험ㆍ카드사 관계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TM 영업이 중단됐지만 매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객에 먼저 연락하는 아웃바운드 영업만 금지했을 뿐, 고객이 회사로 문의하는 인바운드에 대해서는 별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보험의 갱신과 유지 역시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 해 갱신되거나 유지되는 보험료 규모가 100조원이고 이 가운데 10%가 TM 채널에서 발생한다"면서 "TM 종사자 입장에서 신규 모집을 제외한 나머지 영업은 유효한 셈"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각 사에 체크리스트를 보내 각 사가 점검해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필요하다면 금감원이 현장점검도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3월 말까지 TM 아웃바운드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지만 가급적 시기를 앞당겨 TM 조직의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사별 상황에 따라 TM 영업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불법 정보 사용 여부를 빨리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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