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룰·국정원 개혁 등 정쟁 속 경제법안 표류 가능성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경제활성화 법안 등 경제ㆍ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할 2월 임시국회가 6ㆍ4 지방선거 등 대형 정치이슈에 가로막혀 제 때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선거 룰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정보원 개혁을 비롯한 정치쟁점과 의료민영화 등을 두고 다시 한 번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둔 이른바 '박근혜표 경제법안' 중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이 줄줄이 2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어주는 '서비스산업 발전법 제정안'과 관광숙박시설의 입지제한을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창업ㆍ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소액증권공모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2만t급 이상 크루즈선에 선상카지노 도입을 허용하는 '크루즈산업 육성ㆍ지원법'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도 시급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주당은 가맹사업자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 '학교 비정규직 보호법', 화물운수 노동자에게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운수사업법 개정안',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 방지를 위한 '유통산업법 개정안' 등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처리도 벼르고 있다.
복지분야는 넘어야 할 산이 더 높다. 정부ㆍ여당은 2월 임시국회를 통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기초연금법 제정안'과 '원격진료 및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은 기초연금 관련해선 공약 후퇴를 문제 삼으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고 정부의 의료 활성화 대책을 '의료영리화'라고 못박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북정책에 변화를 주며 '북한인권법' 처리 가능성을 열었지만, 새누리당이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인도적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분야는 사실상 지난 연말 정기국회의 연장전이다. 우선 6ㆍ4 지방선거 룰을 정할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활동 시한을 일주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진척이 없다. 새누리당은 22일 지난 대선 공통 공약이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식 철회할 계획인데 이 경우 야당은 2월 임시국회 파행도 불사할 태세다.
지난 연말 마무리하지 못한 국정원 개혁을 두고도 대립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휴대감청 지원을 위한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에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입법화를 추진 중이지만 야당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검찰ㆍ경찰 이관과 보안 업무 및 기획ㆍ조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관 등 국정원 권한 분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 검찰개혁안은 주요 법안의 발목을 잡는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이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 조건으로 검찰개혁법 처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권성동(간사)ㆍ김도읍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간사)ㆍ박범계 의원은 '상설특검, 특별감찰관제 입법과 관련, 2월 임시국회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합의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양당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정기국회에서 미처 처리되지 못한 민생관련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에 시련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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