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99㎡, 지난해말보다 3000만~4000만원 오른 7억7000만원
소송전 때문에 사업속도는 늦어져…매수문의 뜸해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재건축시장이 예전만 못하다. 호가는 올라갔는데 거래가 없다. 이제 둔촌동을 떠나 하남이나 위례로 사무실을 옮겨보려고 생각 중이다."(서울 강동구 둔촌동 M공인중개소 대표)
"문의가 뜸하다.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보통은 보름 이후에 둔촌주공아파트로 분위기가 넘어오는데 이번에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서울 강동구 둔촌동 C공인 대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에 힘입어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호전됐다지만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표정은 밝지 않다. 호가만 상승한 채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찾은 둔촌주공 단지내 상가에 몰린 공인중개소에는 전화벨 소리마저 뜸했다. 공인중개사들은 매도자들의 기대감은 있지만 거래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고층단지 99㎡(이하 전용면적 기준) 매매시세는 지난해 말 7억4000만~7억5000만원에서 현재 7억7000만원으로 3000만~4000만원 상승했다. 둔촌주공 저층단지 51㎡는 지난해 말 5억3000만원에서 현재 5억4500만~5억5000만원으로 1500만~2000만원 올랐다.
하지만 호가만 올랐을 뿐 거래는 잠잠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둔촌주공 인근 M공인 대표는 "올해 들어 17일까지 단지 전체적으로 총 5건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거래절벽'이 있었다던 지난해보다도 거래량이 적은 셈이다. 작년 같은 기간 둔촌주공 총 매매 거래수는 9건이었다.
M공인 대표는 "강남쪽 재건축 대상 아파트 시장이 좋다고 하니 매도자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물건을 거둬들이는데 매수자들은 그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예전에는 재건축시장이 부동산시장을 주도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재건축이 죽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안이 통과되고 문의가 오기는 하지만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길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문 닫은 부동산도 많다. 둔촌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여러 공인중개소들이 있지만 몇몇은 불이 꺼져 있었다. 인근 S공인 대표는 "그만 둔 부동산들이 몇 군데 있다"며 "재건축 시장이 완전 장밋빛은 아니고, 둔촌주공은 현재 사업에 걸림돌도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사업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소송이 진행 중에 있어서다. 이달 서울시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었지만 단지내 스포츠센터 월드스포피아가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내며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C공인 관계자는 "소송으로 사업이 크게 지연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불투명성이 있고 강남보다는 입지가 떨어져 시장이 안 좋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재건축한다면 1만1066가구의 매머드급으로 지어지는 둔촌주공아파트다. 인근 올림픽공원과 지하철9호선 개통 등 입지 조건으로 매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C공인 관계자는 "예전만 못하지만 건축심의 통과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합 관계자도 "둔촌주공이 최대 규모의 아파트가 되고 입지여건도 좋아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