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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1조 손실' 메릴린치 투자 결정 되짚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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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20억달러에 이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지분 매각 여부를 이달 중 결정하겠다고 밝혀 당시 투자 과정이 새삼 관심을 끈다.


KIC는 국부펀드다. 기획재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한국은행과의 기싸움 끝에 만든 기관으로, 양쪽에서 67조원(633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해외 시장에서 굴리고 있다. 자산의 48%(304억달러)는 주식, 34%(218억달러)는 채권 시장에서 운용한다.

나랏돈을 굴리는 만큼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지만, 2008년 메릴린치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KIC가 우리돈 2조원 이상의 메릴린치 지분을 사들인 건 지난 2008년 1월.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던 해였다.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된 건 그 해 하반기였지만, 국제 금융가에서는 이미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던 시기였다.

글로벌 IB들도 몸을 사리던 시절, KIC는 주저없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투자로 KIC는 나랏돈 1조원 이상을 공중에 날렸다.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는 20억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가 불과 일주일 만에 결정됐고, 당시 리스크관리팀장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명박 정부 실세가 투자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지기도 했다.


상급기관인 재정부 역시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산하기관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서다. 일각에서는 재정부가 나랏빚의 하나인 외평기금까지 동원헤 투자자금을 대준 사실을 거론하면서 정권 차원에서 투자를 압박한 정황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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