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눈덩이' 지방정부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정부와 은행권이 부실자산 털어내기를 본격화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중국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 자산은 5636억위안(약 931억달러)이다. 은행권 전체 대출의 1%에도 못 미치는 적은 비중이지만 규모가 2년 사이 38%나 증가하면서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최근 몇 달 사이 부실자산 상각에 매진했다. 중신은행은 주주들에게 9억달러 규모 부실자산 상각 처리 계획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일부 상업은행들은 고위험을 감수하고 부실 자산를 대신 매입해 줄 투자자들 찾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부실 자산의 매매를 중개해주는 부실채권거래소가 인기다. 현재 중국 내 20개의 부실채권거래소가 존재하며 이곳을 통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기업, 투자자, 해외 금융기관 등이 중국 은행권의 부실 자산을 매입한다.
비상장 은행들은 부실자산 증가에 대비할 수 있는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기업공개(IPO)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석 달 사이에 중국 은행 3곳이 홍콩 주식시장에서 IPO를 진행했으며 광파은행, 상하이은행, 하얼빈은행 등 지역 은행 3곳도 IPO를 앞두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은 부실 자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은 자산상각, 기업 분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권이 5년 안에 채권, 주식 발행 등을 통해 32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지방정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배드뱅크'(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 설립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장쑤성이 배드뱅크를 설립을 완료했으며 저장성과 상하이시도 자체 배드뱅크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애널리스트들도 중국 정부가 부실자산 문제로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1999~2000년 은행권 부실 자산 문제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도 4개 국유자산관리공사(배드뱅크)가 1조3000억위안(270조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정리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