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논란 확대…“정치권력서 독립성 유지해야”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들이 잇따라 채택을 철회하면서 이 논란이 '검정이냐 국정이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과서 논란의 핵심은 '교학사 교과서의 부실'이지 검정제도의 문제가 아니며 국정교과서로의 회귀를 거론하는 것은 '퇴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과서 제도는 국정제에서 검정제, 검정제에서 인정제로 점차 자율화되어 왔다. 국정제는 국가가 직접 교과서 개발부터 심의, 발행, 공급까지 담당 혹은 위탁하는 방식이고, 검정제는 민간이 제작한 뒤 국가가 심의를 통해 검정 후 발행하는 방식이며 인정제는 민간이 제작한 뒤 지방교육청이 인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등학교의 경우 국정도서는 한 종도 없으며 검정도서가 19종, 인정도서가 451종이다. 국정교과서는 초·중·고교를 통틀어 초등학교 국어, 사회, 도덕, 수학, 과학, 통합교과(1·2학년)의 53종에 불과하다.
특히 역사 교과서의 경우 해방 이후 11종의 검정체제였지만 1974년 2월 박정희 정부에서 1종의 국정체제로 변경됐다. 이후 국정교과서의 '독재 옹호' 논란 등으로 인해 2003년 김대중 정부 때 국사를 제외한 모든 선택과목이 검정제로 전환되면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정으로 발행됐고,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각각 2010년과 2011년부터 검정으로 전환됐다.
역사 교과서가 검정제로 전환된 것은 국정제 아래에서 교과서를 편찬하는 국사편찬위원회조차 위원장의 임명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정권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대해 국정제로 환원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는 데에 대해 역사전문가,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연태 한국역사연구회 부회장은 “국정제는 유신체제에서 시행됐는데, 국정제로 가는 것은 유신체제로의 회귀”라며 “국가가 역사교육을 통제하고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다양한 역사교육을 받을 기회에 반한다”고 말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를 키울 수 없는 외양간을 찾아 고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과거 회귀에 지나지 않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교과서 개발과 검정에 있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근본적인 해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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