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필라델피아=김근철 특파원] 매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 및 경제학계의 거물들도 총출동한다. 1만30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필라델피아 연례총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기념 오찬장의 헤드 테이블 석상에는 의자 20여개도 모자랄 정도다. 그런 중에서도 올해 눈에 띄는 거물이 있었다.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의 스승’인 그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에 지명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셔 전 총재가 지난 4일(현지시간) 연례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중앙은행의 경제학’이란 토론의 사회를 맡기 위해서다. 연단 위 그의 옆자리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를 비롯,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은 총재,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가 나란히 앉았다.
모두 거물이다. 플로서 총재는 FRB에서 벤 버냉키 의장은 물론 차기 의장 지명자인 재닛 옐런 부의장과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보여온 매파로 유명하다. 그는 올해부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규정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순번이다. 로젠그린 총재는 지난달 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소신파다. 더들리 총재는 사실상 미국 금융을 지배하는 뉴욕 지역을 총괄하고 있어서 그의 발언권은 다른 연은 총재를 압도한다.
하지만 이들 3명의 연은 총재들은 피셔 전 총재 앞에선 착실한 학생으로 변했다. 모두 피셔 전 총재의 대해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그의 행사진행에 순순히 따랐다. 발언 중간 피셔 전 총재가 나지막하게 조크를 던져도 이들은 좀처럼 긴장감을 풀지 못했을 정도다. 마치 지도교수와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분위기였다.
압권은 질문답변 시간이었다. 피셔 전 총재가 즉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세 사람 모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현직에 있었군요. 그 당시 상황과 역할에 대해서 각자 설명을 좀 해줘요” “연준에 닥칠 도전 과제가 무엇일까요. 의견을 듣고 싶군요” 등등이다.
피셔 전 총재는 미소를 띠며 여유있게 질문을 던졌지만, 3명의 연은 총재는 송곳 같은 시험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찾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피셔 전 총재가 FRB에 부의장으로 입성할 경우 어떤 역할을 맡게되며 실제로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의문에 답을 주는 자리였던 셈이다. FRB 100년 역사상 가장 막강한 부의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틀리지 않을 전망이다.
필라델피아(미국)=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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