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필라델피아=김근철 특파원]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던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는 500여개가 넘는 콘퍼런스와 논문 발표행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참가 인원은 1만3000명이나 됐다.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한 거시경제학적 논쟁에서부터 미국의 학자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의 경제적 이슈는 거의 망라가 됐다. 그야말로 경제학의 올림픽 격인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 수차례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며 바쁜 일정을 보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들도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그만큼 향후 (글로벌) 경제 회복에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저로 2008년 경제위기의 배경과 탈출 전략을 고민하는 '이번엔 과거와 다르다(2009년)' '부채시대의 성장(2010년)' 등을 발표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4일 그를 만나 향후 세계 경제와 대응 방안에 대해 물었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상황은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런데도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역사적 관점(historical perspective)을 갖고 현 경제 상황을 봐야 한다. 지난 200년간 금융위기를 겪었던 선진국 63개국, 신흥국 37개국 등 총 100개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 경제위기 이전의 실질 소득으로 돌아가는 데 평균 8년이 걸렸다. 중간값은 6.5년이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그 회복속도가 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주요 국가들도 경제회복을 말하기엔 상당히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그 회복시기가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는 것이 내 견해다.
-미국 경제 회복 속도는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낫다고 본다. 각종 수치로 보면 독일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은 여전히 불안한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블딥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가.
▲이들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이전에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이들 국가들은 대공황과 같은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로 100개 케이스 중 43%는 더블딥을 경험했다. 이는 주변 국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것이 (저절로) 좋아질 것이란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부채 재조정 등 안정된 재정을 바탕으로 하는 긴축정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필라델피아=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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