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3인방·두산重 등 동반약세
당분간 대형 수출주보다 내수주 위주 대응해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새해 첫 거래일부터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증시 '1월효과'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달러당 원화는 1050원을 밑돌 기세고 엔화는 105엔까지 치솟는 등 증시에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에 전날 전기전자(IT)·기계·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들이 증시 급락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큰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율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초 증시에서 대형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위주의 대응을 권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거래일이었던 전날 IT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6만3000원(4.59%) 하락해 130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 3인방' 역시 각각 5.07%, 4.94%, 6.06% 급락했다. 두산엔진(-4.18%), 두산중공업(-2.82%), 두산인프라코어(-1.59%) 등 기계업종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에서 급락한 수출주들을 중심으로 한 강한 반등이 나타나지 못할 경우 기간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4%대 급락은 국내 기업이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가 2013년 4·4분기 부진에만 국한되는 문제라면 1월 초 실적발표 전까지만 시장이 변동성을 감내해주면 되겠지만, 이에 대한 시장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IT, 자동차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최근 한 달간 각각 4%, 1% 하향 조정됐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올해 1분기 실적전망 역시 내려 잡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10조726억원 선에서 형성돼 있으나 최근 컨센서스 하향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BNP파리바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8조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10조원 내외였으나 현재 9조7000억원 수준까지 조정됐다.
현대차의 경우 원·엔 환율에 대한 높은 민감도만큼이나 영업이익 추정치의 하향조정이 장기간 진행돼 왔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12월 4분기 영업이익 조정이 있었지만, 컨센서스(2조2661억원) 범위가 크게 조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과의 대표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같은 환율 환경 속에서는 기계업종의 전망 역시 어둡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일본 양국의 건설·공작기계 업체의 주가는 엔화·원화 등 자국통화의 흐름과 동행하고 있다"며 "그만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외화환산 이익 등에 따라 실적개선 정도가 달라져 건설·공작기계 업황이 호황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국내업체들의 주가상승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당분간 경기의 완만한 회복 속에 지난해 주목받지 못했던 업종들이 상대적 강세가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2014년 1분기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은행, 보험, 음식료, 유틸리티, 통신 등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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