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어디 있겠냐만서도, 한 해를 시작할 때면 이런저런 일이야 있을지언정 고단함은 덜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도 올해 역시 국가적으로나 내가 사는 지역과 가정에 다사다난은 되풀이됐다. 각자가 감당해야 할 무게만 달랐을 뿐이다.
매년 한 해의 세태를 사자성어로 표현해온 교수신문은 2013년이 ‘제구포신’(除舊布新)으로 시작해서 ‘도행역시’(倒行逆施)로 끝을 냈다고 했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을 펼치자’는 희망찬 새해 염원이 결국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는’ 실망을 남겼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혼란의 연속이었던 나라 안 사정을 꼬집은 듯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통령선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통’과 ‘국민대통합’을 약속한 정부는 ‘불통’과 ‘국민 편 가르기’라는 정반대의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지역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인천시 역시 다사다난의 1년이었다. 무엇보다 ‘인천 정명 600년’(태종 13년 서기 1413년) 이래 인천의 이름이 나라 밖으로 알려진 가장 ‘핫(hot)’한 한 해였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국제금융기관의 중심적 존재’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가 지난 4일 송도 국제도시에 문을 열면서 세계는 인천에 이목을 집중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등 12개 UN·국제기구도 이미 입주했거나 곧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국제기구는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데 분명 한몫을 할 것이며, 글로벌기업 입주와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유도해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천은 또 올해 1/4, 3/4분기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에서 전국 지자체 중 1, 2위를 차지해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을 집계한 1962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들의 송도 입주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難題)도 많았다. 송영길 시장 취임부터 최대 숙제였던 인천시 재정 문제는 올 초 겨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 여전히 빚더미다. 송 시장 스스로 말했듯이 임기동안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낸 채 앞으로 계속 빚을 갚는 데 매달려야 한다. 2016년 매립이 종료되는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싸고 인천시와 서울시간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이렇다할 논의조차 없이 흐지부지 상태다. 이 문제는 양 단체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시간만 끌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내년에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지만 국고지원 비율을 높이는 법안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환경유해성 논란으로 주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 문제도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천시는 2014년 시정철학이 될 사자성어로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정했다고 한다. 동주공제는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編)에 나오는 말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즉 ‘이해(利害)와 어려움을 같이 함께한다’는 의미다. 인천시와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배를 타고 2013년의 난제를 현명하게 풀어가기를 기대해본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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