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던 한국은행이 '저물가'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새해엔 성장 중심의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도 밝혔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전날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어 의결한 내용이다.
한은은 "(물가가 낮은)현 상황은 다수의 일시적 공급 요인과 제도 변경의 효과가 중첩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져 2차 효과를 유발하면서 경제활력을 저하시킬 가능성과 글로벌 성장세 둔화 및 저인플레이션으로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밝힌 경기 인식과 새해 통화정책방향은 종전 입장과 거리가 크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18일 "소비자물가 수준이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 하한선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업계나 국민이 제기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는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근원물가지수 상승세나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고려하면,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한 12일에는 "국내 경제가 성장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새해 통화정책방향에서 한은은 저물가에 따른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면서 테이퍼링(돈살포 규모 줄이기) 등 미국의 재정 관련 불확실성이 성장 경로에 돌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성장 지원에 통화정책의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다.
한은은 그러면서도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살피겠다고 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 내부에 불균형이 발생하거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내수 부문의 활성화에도 유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한편 신용정책인 총액한도대출 제도의 명칭을 '금융중개지원대출'로 바꾸고,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출 절차도 손보기로 했다. 12조원인 총 대출한도는 유지되지만, 분기별 한도 조정 방식을 수시 조정으로 변경해 융통성을 더했다. 기술형 창업지원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한은의 지원액 비율도 늘린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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