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아베 신조 정부와 지지자들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공적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26일(현지시간) 일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퇴직연금을 일본이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도록 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아베 신조와 집권 자유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운용자산 1조2000억달러 규모인 공적연금(GPIF·연금적립금관링누용독립행정법인)이 더 많은 돈을 투기적 투자 특히 주식시장에 투입하도록 하려 한다고 전했다.
WSJ는 더 공격적인 투자는 올해 주요 주식시장 가운데 도쿄 시장이 가장 좋은 실적을 내도록 한 주식시장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급증하는 은퇴자들의 자금수요를 충족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GPIF와 이를 관리하는 후생노동성은 급격한 변화는 은퇴자들의 연금시급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GPIF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며 대단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타니 다카히로 GPIF이사장은 이날 WSJ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수는 없다.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물론 한다”고 밝혔다.
GPIF는 그동안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하기로 유명한데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수익률이 낮은 국내 채권에 투자해왔다.
이와 관련, 미타니 이사장은 “이 돈은 우리의 연금인 만큼 진짜로 위험한 데 투자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의 자금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면 좋다.그렇지만 리스크와 수익률 간의 균형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는 일본을 성장의 궤도에 다시 올려놓기 위해 GPIF의 투자와 구조를 개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변화를 일으키고 금융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자민당의 시오자키 야스시사 의원은 최근 GPIF의 개혁은 매우 중요하며 일본 경제의 활성화의 중심 사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는 GPIF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난달 채권보유를 줄이고 부동산과 사모주식과 같은 투자상품으로 투자 다각화를 권고했다. 또 일본 정부는 당시 후생성의 카토리 테루유키 연금 국장에게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맹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최소한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권고안을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는 등 더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타니 이사장은 “의도적인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선을 긋고 “시가총액이 늘어 18%인 자산할당 한도에 도달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WSJ는 그러나 GPIF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부 정치인들과 자문위원들은 아베와 정부 관료들이 미타니 이사장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미타니 이사장은 WSJ에 “이런 압력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면서 “권고안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겠지만 한 번에 전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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