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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왜 조계사行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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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경찰 추적을 받고 있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조계사를 피신처로 택한 것은 공권력 불가침영역인 종교시설에서 파업대오를 유지하는 동시에 노(勞)ㆍ정(政) 간 강(强)대강(强) 대치 속에서 종교계의 중재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조 지도부입장에서 보면 조계사 행(行)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까지 강제 진입한 상황에서 여타 노동ㆍ시민단체로의 피신이 불가능해졌고 경찰을 계속 따돌리며 파업투쟁을 이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야당 당사를 택하기도 쉽지 않다. 당사가 모두 여의도에 위치해 경비가 삼엄한 데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공세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명동성당 대신 조계사를 찾은 것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명동성당은 24일 자정 대규모 성탄미사를 열어 이 일대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수많은 경찰까지 배치된다면 오히려 신도와 시민들에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게다가 명동성당은 1970∼80년대에 '민주화의 성지'였지만 2000년대 들어 노조 파업이 잦아지자 신도들 불편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를 불허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조계사에도 과거 세 차례에 걸쳐 경찰 병력이 투입된 적은 있지만 2002년 이후 공권력 투입은 없었다. 경찰은 조계사와의 '악연'도 있다. 1995년 KT노조, 1998년 현대그룹에서 퇴출당한 현대중기산업노조, 2002년 발전노조원 등이 조계사에 피신했다가 경찰이 병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2002년 발전노조원 체포 당시 경찰이 조계사 법당까지 들어와 노조 간부들을 연행했다가 서울경찰청장이 사과를 했다. 2002년 때에는 조계사측에서 경찰병력을 요청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에는 조계사측에서 경찰병력을 요청한 적도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한 전례도 없다.


2008년 이른바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한국진보연대 간부는 조계사에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같은 해 10월에는 '쇠고기 총파업'을 불법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도 조계사로 피했다. 당시 조계사 총무원은 촛불 수배자 검거를 위한 경찰의 협조 요청에 거절의 뜻을 분명히했고 정부에 대국민 화합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해 7월에는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타고 있던 차량을 과잉 검문해 불교계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과하기도 했다.


경찰은 공권력 투입 대신 철도노조 지도부가 조계사에 머물지 못하도록 조계사 측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계사측은 노조 지도부를 강제로 내보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노조와 경찰의 '조계사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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