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학부모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시계아이콘02분 3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꼽는 학부모들의 '꼴불견' 백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학부모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미지 제공=서울시여성가족재단
AD

#. 수도권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최근 부모에게 사정이 생겨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아이 아버지가 약속 시간을 한시간이나 지나서 잔뜩 술에 절어 나타난 것이다. 몸을 휘청대고 혀까지 꼬여 자기 한 몸 돌보기 힘든 상태인 아이 아버지 때문에 A씨는 돌보던 아이의 가방을 챙기고 콜택시를 부르는 등 애를 먹었다. A씨는 "가끔 밤늦은 시간에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고주망태가 되어서 나타나는 학부모가 있다"며 "아이의 귀갓길 안전이 걱정되는 것은 물론,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도 지장이 크다. 제발 그런 학부모들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영유아 무상 보육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철없는' 학부모들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펴낸 '어린이집 이용 학부모 에티켓'이라는 자료집을 보면 학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무례하고 철없는 행동들이 삽화와 함께 적시돼 있다.


우선 부모들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보육 교사들에게 떠미는 학부모들이 있다. 아이 머리를 세 번 묶지 말고 두 번만 묶어 달라고 하는 등 아이의 용모를 챙기지 않거나, 급한 일이 있다면서 아이의 기저귀도 갈지 않은 채 데리고 와 맡기고선 발진이 났다며 화를 내고, 투정 부리는 아이에게 아침밥을 주기 힘들자 그릇째 싸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먹여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유형이다.

아이에게 너무 무관심한 학부모들도 많다. 야외 활동 및 준비물 등을 적어 보내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아이를 준비물도 없이 그냥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아이가 열이 나서 펄펄 끓는 등 몸이 아파 집에서 쉬는 게 나은데도 취미생활ㆍ외출 등을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학부모들도 종종 있다.


또 아이가 친구의 생일 선물로 받아 온 과자를 면전에서 먹지 말라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어른의 시각만으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학부모들도 흔하다.


등원 시간이 한찬 지났는데 늦잠을 자고선 뒤늦게 아이를 데리고 와 맡기면서 "밥 남았죠? 대충 좀 먹여주세요"라고 부탁하는 학부모, 등교 차량 시간에 허구 헌날 늦어 다른 아이들을 기다리게 하는 등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불러 세워 놓고 "학교는 제대로 나왔냐"며 이것 저것 따지고 들고 무시하는 학부모들도 많아 교사들에게 상쳐를 주고 있다. 이 경우엔 심지어 이 같은 대화를 들은 아이들마저 교사들을 무시하게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아파서 약을 먹여야 하는 아이의 경우 그냥 약을 봉지째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 물론 보육교사들이 잘 챙겨 먹이면 되지만, 연령에 따라 복용하는 양이 달라 혹시나 실수할 수 있으므로 1회분 약을 따로 챙겨 주의 사항을 적어 함께 보내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특히 수족구병 등 전염병이 의심되는 데도 불구하고 출근ㆍ외출ㆍ취미생활 등을 위해 증세를 숨기거나 축소시켜 그냥 등원시키려는 학부모들도 있다. 전염성 질환에 걸린 아이의 건강에도 큰 문제가 되는 태도이며, 다른 아이들에게도 옮길 수 있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바로 병원 진단 후 등원을 시키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이가 얼굴이나 몸에 긁힌 상처가 있는 등의 경우엔 다짜고짜 교사들에게 "왜 우리 아이를 때렸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삼가 해야 한다. 아이에게 "선생님이 때렸냐"라고 다그쳐 물을 경우 얼떨결에 아이들이 잘못된 대답을 하는 수가 있다. 아이의 상처 등 의문나는 점이 생겼을 때는 아직 판단력과 언어 능력이 미흡한 아이에게 묻기 보다는 교사에게 물어봐 전후 좌우 상황을 판단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자기 아이와 다른 아이가 싸웠을 때엔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잘못을 누가 했는지, 누가 더 많이 다쳤는지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어떤 놈이 귀한 우리 아이를 때렸냐"며 화부터 내는 행동은 아이가 보기에도 좋지 않다.


일과 중에 어린이집을 들락날락 거리며 아이를 관찰하는 학부모도 간혹 있다. 가끔은 과도한 관심이 상대방에겐 불신으로 오해될 수 있다. 선생님을 믿고 맡기는 게 아이를 위해서나 학부모를 위해서 좋다. 간혹 일과 중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같이 돌보게 됐을 때 지나치게 자기의 아이만 챙겨 눈총을 사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럴 땐 다른 아이들과 자기 아이를 동등하게 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동생을 데리고 가 여러 시간 죽치고 앉아 있으면서 가뜩이나 바쁜 교사에게 간식까지 요구하는 등 철없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밖에 하루는 이곳, 다음날은 저곳, 그 다음날은 다른 곳 등 하원 장소를 자주 변경하는 학부모들도 종종 나타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고 있어서, 시장에서 수다를 떨고 있어서 등 어이없는 사유로 하원 장소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신속하고 안전한 귀가를 위해선 약속된 하원 장소와 시간, 인수자 등을 지키는 게 필수다.


아이의 신상 등 궁금한 것이 있을 경우 가능한 일과 시간 내에 전화, 문자, 메신저 등으로 질문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있는 보육교사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 학부모는 다음날 아이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