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승미 기자] 지난달 15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공식 사의를 표명한 지 20일로 35일이 지났다.
정 회장 사의 표명 후 열흘 뒤인 25일부터 승계협의회가 본격 가동됐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20일이 지났는데도 후보군은 물론 추천 절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1월14일 이구택 회장 사의 표명 당시 이튿날 바로 이사회를 갖고 후보추천위를 구성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마지막 정기 이사회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 구성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미뤄졌다.
이석채 회장 사퇴 이후 KT가 속전속결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회장에 선임하고, 황 회장이 1월 주총 승인 전에 사실상 첫 업무를 시작하면서 업무공백을 최소화한 것에 미뤄 포스코 회장 후보추천위 구성 연기는 '의외의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낳고 있다.
포스코는 회장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존의 공모 방식보다는 사내외 추천 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승계협의회가 공모를 배제하는 것은 내·외부 유력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최대한 압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방식 변경을 놓고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인물이 공모에 응하기보다는 추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승계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후보군 리스트 선정 작업 방식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어 다음 주께 후보 추천 방식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공모방식의 경우 신청자가 많으면 이를 걸러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권의 압박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정치권이 승계협의회와 후보추천위 등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사내외이사 대부분이 정 회장이 임명한 인사인 점을 고려할 때 개혁적인 외부인사보다는 포스코 입맛에 맞는 내부 전·현직 출신을 차기 회장으로 선호하지 않겠냐는 시각에서다. 최근 하마평에 오르는 외부인사들이 대부분 유력 정치인 출신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출은 외부인사를 후보군에 선정하느냐가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아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3월14일 주총 2주 전까지만 회장 후보를 공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KT와 달리 포스코의 주총은 내년 3월인 만큼 아직 시간이 많다"며 "다만 차기 회장 후보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로 조직원들이 불안해하면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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