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이튿날…곳곳에서 긴장감과 안도감 교차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조목인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후 첫날 우려와 안도감이 교차했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우려됐던 대혼란은 없었다. 금값은 1200달러가 무너지며 양적완화 축소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증시와 유가는 안정세를 보였다.
◇신흥국 대혼란은 없었다= 미국의 출구전략 발표 이후인 19일 신흥국 통화가치는 국가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신흥통화는 브라질 헤알이다. 달러·헤알 환율은 하루 만에 1.2% 상승한 달러당 2.3550헤알을 기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와 함께 브라질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줄이겠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헤알화 가치 하락압력으로 작용했다.
터키 리라화도 하루 사이에 1% 하락했다. 리라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2.0781리라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태국 밧화는 0.73% 떨어졌다.
지난여름 가장 큰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했던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그나마 선방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0.2%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0.3% 빠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역시 0.2% 떨어지는 데 그쳤다. 고공행진하던 한국 원화가치는 0.9% 빠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통화가 예상보다 선전한 것은 이들 국가가 기울여온 다양한 노력의 결과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의 경우 버냉키 충격 이후 핫머니(단기성 투자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였다. 특히 인도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금과 천연가스 수입을 제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연료보조금이나 사치품 판매세 조정 등의 재정정책을 내놨다.
리차드 제람 싱가포르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경제는 여름보다 튼튼해졌다"며 "이들 국가가 (2차 충격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 안심은 이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흥국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신흥국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며 "특히 테이퍼링은 지난여름 '버냉키 쇼크'로 크게 흔들렸던 신흥 통화들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여전히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크고 정치불안이 심화하고 있는 신흥국에 추가 통화가치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브라질과 터키, 인도, 남아공 외환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강세 ▲미 국채금리 상승과 신흥국 자금 이탈 가속화 ▲지속적인 양적완화 축소 ▲경제 펀더멘털 부진 등의 이유를 들어 이머징 국가들이 제2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루이스 코스타 시티그룹 전략가는 "이머징 시장에서 여전히 해외자금 이탈이 진행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신흥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의 몰락= 양적완화 축소 개시 발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은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뉴욕 증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금값은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적완화 축소 개시 당일 290포인트가 넘게 올랐던 다우종합지수는 이날도 비교적 선방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0.07% 오른 1만6179.08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양적완화 발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미 증시는 불안감 해소를 호재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국제유가도 이틀째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 오른 98.77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향후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확인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금은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금가격은 전날보다 41.40달러(3.4%) 하락한 1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0년 8월3일 이후 최저치다. 장기 전망도 어둡다.
금은 경제위기 속에 안전투자수단으로 부각되며 2011년 190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안정세에 양적완화 축소와 달러 강세, 저물가가 맞물리며 가격 하락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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