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첫날 취임 일성 발표…이틀째 집무실서 주요 임원들로부터 업무 보고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창의·혁신·융합'을 내세운 KT 황창규호가 출항했다. 내정 이틀째, 황창규 KT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 등 업무 파악에 나섰다. 황 내정자는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지만 서둘러 CEO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KT가 처한 안팎의 내홍이 그만큼 깊다는 상황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내년 1월 임시 주총 전까지는 서초 사옥이 아닌 다른 집무실로 출근할 것"이라며 "사실상 새 CEO로서 일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황 내정자는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주요 임원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는 등 구체적인 업무 파악을 시작했다.
당분간은 '분 단위' 보고가 이뤄질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오후 7시께 CEO로 내정되자마자 KT CEO추천위원회를 맡았던 사내외 이사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향후 경영 방침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오후 10시께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의 보고를 받고 '창의·혁신·융합'을 강조하는 첫 취임 일성도 밝혔다. 이틀간의 숨가쁜 일정은 KT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황 내정자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을 거슬러 16일 오후 5시. 다른 3명의 후보들과 함께 최종 면접을 마친 황 내정자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 서초사옥을 떠나는 순간 인상 깊은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갤럭시S4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삼성의 혁신성을 KT에 접목시킬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삼성과 KT 간 관계 변화가 주목된다.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삼성과 원거리를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황의 효과'로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삼성 출신이라 앞으로 갤럭시 단말기 부분에서는 단말기 수급 문제나 KT 앱 최적화 같은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망 중립성 이슈로 벌어진 스마트TV 분쟁도 황 내정자를 계기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그동안 삼성과 막역한 사이였던 SK텔레콤으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공정한 경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황 내정자가 탈통신 영역 확대, 무선 통신 경쟁력 강화, 아프리카 사업 안착과 같은 시급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목된다.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황의 법칙'을 정립했던 성공 DNA가 혼란에 처한 KT에 부작용 없이 적용될지가 관건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통신에 문외한이라는 단점을 지적하지만, 오히려 혁신적인 변화가 절실한 KT로서는 황 내정자의 경험과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탈이통'이라는 이통업계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도 조직 단합을 꾀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2009년 KT-KTF 합병으로 물리적 통합을 이뤘지만 여전히 화학적 통합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황 내정자가 원래 KT와 올레 KT 간 갈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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