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16일 KT 새CEO로 내정됐으나 그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CEO 리스크'로 인한 이미지 실추, 추락하는 실적, 방향타 잃은 혁신, 내분 봉합 등 현안을 서둘러 해소하지 못하면 재도약의 기회는 더 늦어질 수 있다. 황 CEO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KT CEO 추천위원은 "황 내정자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를 본 후보들 모두 ICT 전문가였던 만큼 CEO 추천위는 KT의 대규모 조직관리와 경영혁신에 대한 비전을 꼼꼼히 따져 기업인 출신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는 당장 KT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안팎으로 심어줘야 한다. 이석채 전 회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외풍'이 작용했다는 설이 분분했던 만큼 'CEO 리스트'에 대한 재발 방지는 그의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추락하는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도 황 내정자의 큰 숙제다. 그룹의 핵심인 통신분야의 실적이 저조한데다 CEO리스크까지 겹치면서 KT의 주가는 올해 5월 고점 4만1250원 대비 74% 수준으로 떨어졌다(13일 종가 3만650원).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를 기록하면서 2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과 이익이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3분기 11만4000명이 줄었고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감소세다.
'탈이통'이라는 숙제를 황 내정자가 어떻게 실현하는지도 관건이다. 이 전 회장 체제에서 KT의 탈통신 변신은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비통신 분야 자회사가 대거 늘어나면서 그룹 몸집은 커졌지만 근간이 돼야 할 통신 분야와의 유기적인 시너지 창출을 뚜렷하게 만들어내지 못했고, 통신사업의 부진을 비통신 분야에서 낸 실적으로 메우느라 급급했다.
황 내정자가 본업인 통신의 기반 아래서 탈통신으로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CEO가 '이석채 KT'의 상징과도 같은 '올레' 브랜드를 과감히 접고 완전히 새로운 단일 브랜드를 만들어 내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직 단합을 꾀하는 것도 황 내정자의 중요한 숙제다. 2009년 KT-KTF 합병으로 물리적 통합을 이뤘지만 여전히 화학적 통합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이 전 회장의 고집스런 인사로 원래KT와 올레KT간 위화감마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