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쩐의 전쟁'이 분수령을 맞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늦어도 17일까지는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고 18일 또는 19일부터 증액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이번 주에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는 물론 주요 지역사업에 필요한 예산이 결정된다.
16일 예결특위에 따르면 감액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5개 중 12개 상임위가 요청한 증액 규모는 5조원에 이르고 나머지 3개 상임위까지 마무리되면 국회의 예산 증액 규모는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많은 국토교통위가 2조23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행정위(6900억원), 산업통상자원위(5400억원), 환경노동위(5200억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3100억원) 등도 증액을 요청했다. 여기에 보건복지위가 2조원가량의 복지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쌀 직불금 인상이 걸려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1조8400억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삭감액은 107개 사업에서 총 5707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예산규모를 늘리거나 일부 항목을 대폭 삭감해야 여야가 요구한 9조원가량의 예산 확보가 가능한데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예산안조정소위의 한 위원은 "(예산 증액은) 상임위별로 10~15%밖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예산 변동폭은 2조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마쳤어야 할 감액심사가 미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 삭감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감액이 이뤄져야 증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은 "지금까지 의원들이 요구한 예산안과 각 상임위별로 올라온 증액안은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감액만큼 증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전날 '무상보육예산 국고보조율 20%포인트 인상' '보육료 지원단가 인상' 등을 포함해 총 8조원가량의 증액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민주당이 계획하고 있는 증액규모는 3조5000억원가량이다. 민주당 소속 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은 "현실적인 민주당의 예산증액안은 사회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예산 3조5000억원"이라면서도 "이 역시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합의가 안 된 항목 대부분이 '박근혜표 예산'이다. 총 34개 사업으로 새마을운동, 안보교육, 창조경제 등 대통령 관심사업과 각 부처에 분산 편성돼 있는 특수활동비와 홍보비 등이다. 이 항목들에서 얼마큼 삭감하느냐에 따라 증액 규모가 결정될 수밖에 없어 여야가 쉼 없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이날에도 예산안 신경전을 이어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박근혜표 예산'은 무조건 드러내겠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 회의를 통해 "예산안 심사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만 볼 게 아니라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고 맞섰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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