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근절·자율경쟁 도입 등 현안 쏙 빠져
빚감축 방안도 뜬구름 잡기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정부가 11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이고, 방만한 경영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수장들의 임금을 최고 26% 깎는 등 대대적인 비용절감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 자율경쟁 도입 등 본질적인 현안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다. '반쪽짜리' 대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높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기관의 자구 노력을 담은 공기업 개선방안을 바탕으로 정부가 평가단을 구성해 기관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제시한 기준에 맞춰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공공기관장 등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근절과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 등 근본적인 방안은 쏙 빠져있다. 실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액션 플랜도 미흡하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공기업의 과도한 복리후생을 줄이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공공기관의 복리 후생 제도가 늘어난 배경엔 낙하산으로 자리에 앉은 사장이 스스로의 흠결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악순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고용 세습이나 과다한 휴가, 지나친 복리후생비 등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공공기관에 정착돼 왔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공공기관 수장 차원에선 끊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 깎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정권의 측근 인사가 공공기관 수장으로 오고, 그 수장은 노조와의 이면계약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문제제기를 무마시키는 이른바 '정권-공기업 사장-노조'의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공공기관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대책이 '공공기관 종사자 죽이기'라며 극렬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 감축방안도 정부의 의도대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 원죄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의 정보 공개를 대폭 확대하고 부채비율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이런 방식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부분이 정부 정책사업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LH 등 12개 대형공공기관에서 지난 5년간 늘어난 금융부채 167조원 가운데 78%가 보금자리주택, 4대강사업, 해외자원개발 등 정부 국책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은 정부가 벌이고, 뒷설거지는 공기업이 한다"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결국 공공기관 개혁에 반대하는 노조 등에 또 다른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수사만으로 공공기관의 파티가 끝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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