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늘리고 부처협업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최근 들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습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예보는 오락가락이다. 다음날 미세먼지 예보를 했다가 몇 시간 뒤에 수정 발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세먼지상황은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은 게걸음을 걷고 있다.
미세먼지(PM10)는 직경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대기 오염이 되는 먼지를 말한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즉 0.001밀리미터에 해당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보다 더 작은 알갱이로 이뤄져 있는 것이 초미세먼지(PM2.5)이다.
◆시범 운영 현 예보시스템 오류 많아=현재 미세먼지 예보제는 시범운영 중에 있다. 미세먼지 예보결과가 '약간 나쁨' 이상으로 예측될 경우에만 에어코리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기상청을 통해 외부에 발표하고 있다. 현재 예보 단계는 ▲좋음 ▲보통 ▲약간 나쁨 ▲나쁨 ▲매우 나쁨의 5단계 구간이다.
최근 틀린 예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다음날 오후 늦게부터 미세먼지 고농도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미세먼지 고농도는 계속됐다. 급기야 "예상보다 대기정체 현상이 길어지면서 미세먼지 고농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예보를 다시 내놓아야 했다. 최근 들어 부쩍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범 예보중이라는 핑계가 가능하겠는데 예보제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2월부터는 정확성이 높아질 수 있을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인력 늘리고 부처협업 강화해야=미세먼지(PM10) 전국예보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된다. 이어 2015년 1월부터는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에 대한 예보가 실시된다. 예보제는 환경부가 총괄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예보모델 운용, 기상청은 기상자료 제공과 예보결과를 국민들에게 전파한다.
현재 예보제와 관련된 인원은 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3명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국가 대기질통합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하게 되면 인력이 늘어나겠지만 대기질 예보모델 개발·운영을 위해서는 인력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부는 안전행정부와 오랫동안 인력 확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데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부처 협업도 필수적이다. 환경부는 물론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건복지부 등도 관련 부처이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 세계적으로 어떤 대응체계를 가지고 있고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한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봄 황사, 겨울 미세먼지…중국판 데이터 필수=최근 미세먼지가 급증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발 스모그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올해 중국 북동부 공업지역의 대기오염지수(API)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40% 증가했다. 올해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993㎍/㎥)는 WHO 권고기준(25㎍/㎥)의 약 40배에 달했다. 중국기상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역 스모그 일수는 4.7일로 5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한·중·일 3국 장관회의에서 대기분야 정책대화를 제안해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11월에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중국 부주석을 만나 앞으로 관련 자료를 '잘 부탁한다'는 말만 전달한 상태이다.
오는 12일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이 중국을 방문해 관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중국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잘 부탁한다'는 외교적 노력이 전부라는 것인데 국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데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보다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환경위성 자립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대기과학 분야 연구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환경위성 기술자립화도 56%에 머물러 있다. 오는 2018년 관련 위성을 발사하면 자립도가 78%로 높아지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미세먼지 악화…건강에 치명적=갈수록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중국의 공업화는 물론 우리나라 환경오염도 산업화의 진행에 따라 악화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질수록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들이마셨을 때 폐포까지 직접 침투해 천식이나 폐질환 유병률, 조기사망률이 증가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환경과학원과 연세대의 미세먼지 유병률 관련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36∼50㎍/㎥ 경우 급성 폐질환 유병률은 10% 증가했고 51∼80㎍/㎥ 경우 만성천식 환자가 10%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세먼지(PM10) 농도의 경우 120∼200㎍/㎥ 경우 일반인의 만성천식 유병률은 10% 증가, 201∼300㎍/㎥에 이르면 급성천식 유병률은 10% 늘어났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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