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중국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조정하라는 한국 측의 요구를 거절한 가운데, 아예 CADIZ를 서해(황해)와 남중국해(남해)로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이 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를 포함토록 확대한다면 중국도 더 공세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CADIZ 조정 요구를 거절하면서 한ㆍ중 간 1차 조율이 실패로 끝났다"며 "자국 이익이 걸린 문제에선 한 발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중국의 움직임이 어떻게 될 지는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중국의 CADIZ 범위 확대 조짐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중국은 지난해 서해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랴오닝성 다롄과 잉커우 두 곳에 무인항공기 기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두 곳에 기지가 설치되면 서해 어업 활동은 물론 환경과 지형 변화 등 영유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에 대한 감시가 가능해진다. 정기적인 감시 활동을 통해 해양 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무인기를 활용하면 긴급 상황 발생 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는 장점도 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 CADIZ를 선포하면서 적당한 시기에 범위를 넓히겠다고 주장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인가'란 질문에 "중국은 적절한 시기에 다른 공역에 대한 방공식별구역(설치)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군 내 강경파인 인줘 해군 소장도 지난 25일 관영 중국 중앙TV(CCTV)에 출연해 "중국이 앞으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것인가"라고 묻는 말에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동해는 우선 설정한 것이고 서해, 남해 등 해역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한ㆍ중 간 군사적 대치는 불가피하다. 서해는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데다 한국군의 훈련도 수시로 실시되고 있어 긴장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미합동훈련이 서해에서 이루어질 경우 중국은 노골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 이후 쌓아온 한ㆍ중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국은 지난 6월 한ㆍ중 정상회담 이후 양제츠 국무위원-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대화, 인문교류 공동위 설치, 영사협력 강화 등 다양한 교류를 진행해왔다.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도 중국을 방문해,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총참모장을 만나면서 국방당국 간 핫라인 설치 등을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해양경찰이 초계기를 추가 배치한 것처럼 우리 군 입장에서도 해상초계기(P3C), 구축함, 호위함 등 감시정찰 횟수를 늘릴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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