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점 "3만곳 다 망하는 길" vs 판매인협 "고객 신뢰 되찾는 길"…판매인협 대표성 의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둘러싼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동통신판매인협회가 단통법 국회 통과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정작 영세 판매점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며 강력히 반발해 협회의 대표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찬반이 엇갈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간 이견까지 더해지면서 단통법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서울 종로, 분당 서현 등에 위치한 영세 휴대폰 판매점들을 돌아본 결과 단통법이 통과될 경우 전국 3만개가 넘는 영세 판매점들이 빠르게 폐업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단통법은 이통사의 휴대폰 보조금인 '지원금' 공시, 이통사ㆍ제조사의 영업 정보 공개 등이 골자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 종로의 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지원금을 공시해 사실상 모든 점포의 휴대폰 가격을 동일하게 묶는다는 얘긴데 우리가 대형 대리점, 대형 양판점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경기도 분당 서현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지난해 월 60~70대 팔던 휴대폰이 올해 월 50대 이하로 줄어 가게세, 인건비, 세금을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며 "가뜩이나 빙하기인데 법까지 만들어 보조금을 규제하면 휴대폰 시장이 더 쪼그라들 텐데 결국 영세 판매점들은 장사 접으라는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영세 판매점일수록 단통법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단통법 제4조 3항에 따르면 판매점 자율로 이통사 공시 지원금의 최대 15%를 소비자에게 보조금으로 추가 지급할 수 있다. 이 금액은 판매점이 휴대폰을 한 대 팔 때마다 이통사에서 받는 수당(장려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판매 물량이 많은 대형 업체는 지급 여력이 되지만 판매 물량이 적은 영세 업체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 측 500여명으로 구성된 이동통신판매인협회 입장은 다르다. 협회 관계자는 "단통법 통과 후 영세 판매점이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들쑥날쑥한 보조금이 없어지면 판매점들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살아남은 판매점들은 대형 양판점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위기를 타개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통사와 제조사도 단통법을 놓고 맞서고 있다. 이통사는 기존 가입자에게 얻은 수익을 신규 고객에 대한 단말 보조금 지원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를 기존 고객을 위한 혜택 확대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통법 같은 특단의 조치로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조사는 단통법이 단말 판매량, 마케팅비, 수익 등 영업 비밀 공개를 강제하고 휴대폰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영세 판매점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총론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단통법이 위기의 액셀러레이터가 될지 브레이크가 될지는 의견차가 있다"며 "단통법과 관련해 이통사는 찬성, 제조사는 반대 입장인 가운데 '병(丙)'인 대리점, 판매점의 경우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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