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제조사 누적 공급량 1520만대…정부는 보조금 제재·국회는 단통법 발의로 '제조사 죽이기'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올해 국내 휴대폰(스마트폰 포함) 연간 판매량이 6년 만에 처음 2000만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07년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하면서 줄곧 2000만대를 웃돌던 연간 판매량이 이동통신 시장 포화와 단말 교체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제조사 때리기'로 지적받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는 공급 기준으로 누적 1520만대로 추산된다.
1, 2월 200만대였던 규모는 3월 150만대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 9월 올해 최저치인 140만대까지 떨어졌다. 월별 최저치를 기록하기 직전인 7, 8월에도 각각 150만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동통신사가 6월 말부터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서비스를 시작하고 LTE-A 스마트폰이 쏟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위축인 것이다. 남은 석 달간 500만대를 판매해야 간신히 2000만대를 넘을 수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하루 평균 개통량이 6만대로 살아나는 듯 보이지만 신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통사가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에 드라이브를 거는 대신 재고를 터는 정도에 그친다면 4분기 시장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 국내 휴대폰 시장은 6년 만에 처음 2007년 이전 수준인 2000만대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휴대폰 시장은 연간 2200만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2008년 2300만대, 2009년 2350만대, 2010년 2200만대, 2011년 2500만대, 2012년 2300만대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성장하던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올해 1분기 3433만명, 2분기 3556만명으로 사실상 정체기에 돌입했다.
하반기 시장도 녹록지 않다. 스마트폰 고급화로 단말 교체 기간은 늘어나는 반면 이동통신 시장 포화로 신규 수요는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 3월 청와대 경고 후 보조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제조사 규제안이 논의되고 있어 제조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통과되면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와 관련된 마케팅 비용, 판매현황, 수익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기업 비밀 공개 우려뿐만 아니라 이통사 협상력을 약화시켜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제조사 관계자는 "TV 등 다른 제품부터 비행기 티켓까지 유통망에 따라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는데 단말기만 규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외산 제조사는 규제에서 제외돼 국내 제조사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출고가를 내리라는 압박인데 출고가가 낮아지면 이통사 공급가까지 함께 낮아진다"며 "가뜩이나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이통사 공급가까지 낮아지면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조금 규제 영향이 반영된 2분기 국내 제조 3사의 휴대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삼성전자 IM부문은 6조2800억원의 영업익으로 전 분기보다 3% 줄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54% 감소한 612억원, 팬택은 적자폭이 6배 이상 늘어난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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