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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어떻게 생산·수정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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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2007년 10월 평양에서 3일간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기록업무를 담당했다.


조 전 비서관은 그해 10월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1·2차 회의에 배석해 녹음기로 회담내용을 녹음하면서 직접 손으로 메모도 작성했다. 국정원은 녹음파일을 넘겨받아 회의록으로 만든 뒤 이틀 뒤 다시 전산망으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이하 안보실)에 넘겨줬다.

조 전 비서관은 국정원이 넘겨준 회의록을 다듬은 뒤 1급비밀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9일 e지원에 결재로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장관급)의 중간결재를 거친 회의록을 같은 달 19일 열어본 뒤 이틀 뒤 수정·보완 의견과 함께 ‘열람’ 처리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다듬고,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해 e지원에 올려두시기 바랍니다”라고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가운데 일부 정확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직접 지적한 대목은 ‘자위력으로’ ‘남측의 지도자께서도’ 등 2곳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이뤄진 논의는 내용과 분위기를 총리, 경제부총리, 국방장관 등 해당 분야 책임자들이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필요한 내용은 대화록 그대로 나눠 주되 제공 범위와 보안 문제 등은 안보실에 판단을 맡겼다.


국정원은 조 전 비서관의 요청으로 회의록 내용 일부를 수정·보완하면서 ‘저, 제가, 저희가’를 ‘나, 내가, 우리가’로 고치고 ‘위원장님’에서 ‘님’자를 삭제하거나 회담의 격에 맞지 않는 말투를 고치는 등 표현 일부를 바꿔 10월24일 전산망을 통해 청와대 안보실에 보냈다.


국정원이 넘긴 수정본은 다시 조 전 비서관이 고쳐 1급비밀 형태 회의록 문건으로 작성한 뒤 2007년말께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수사결과 발표문에 따르면 수정본은 단어나 발언자, 호칭·명칭이나 말투를 수정하거나 내용을 보완하는 선에서 초본과 차이점을 보였다.


△단어가 수정된 경우
자조라는→자주라는, 고속도로를 건설→고속도로를 설치


△내용이 보완된 경우
있습니다→있는데 북측을 통과하면 훨씬 빠른 시일 안에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언자를 수정한 경우
이재정→김정일


△호칭·명칭을 바꾼 경우
위원장님하고 저하고→위원장하고 나하고, 위원장님께서→위원장께서, 저희가→우리가


△말투를 수정한 경우
(김정일)반대 없어→반대 없어요, 하지 뭐→하지요 뭐, 되겠어→되겠어요
(노무현)위원장님→위원장께서, 여쭤보고→질문하고


△녹음내용에 맞춰 수정한 경우
내가 임기 동안에 NLL문제를 다 해결하게…→내가 임기 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수정본을 보고받은 뒤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라’는 지시와 함께 ‘e지원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고,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초본에 대한 수정·지시가 ‘보고서의견-남북정상녹취록.hwp’라는 파일로 근거가 남아있는 것과 달리, 삭제 지시는 명시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참고 후 파기해달라’는 메모와 함께 1급 비밀로 표시한 회의록 수정본 사본을 국정원에 전달했고, 국정원은 이를 토대로 회의록 국정원본을 생산한 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지시·결재에 따라 2008년 1월 1급비밀로 관리했다.


국정원은 이듬해 3월 회의록을 2급비밀로 재분류했고 올해 6월24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다시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여야에 공개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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