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조찬간담회에서 강한 어조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질타했다. 이날 현 부총리가 소환한 공공기관 중 일부는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 국가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는 과도한 복리 후생을 제공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현 부총리 취임 이후 다수 공공기관장을 이처럼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관장이 참석한 공공기관들은 과다한 복리후생 및 임금으로 지적을 받았거나 부채 규모가 과도해 위험 수위에 오른 곳이 대다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8개 기관은 임금이나 복리수행 수준이 다른 기관보다 지나치게 높은 등 올해 국감 등을 통해 대표적인 방만경영 사례로 꼽혀온 곳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대학생 학자금 명목으로 직원 자녀 957명에게 총 17억27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거나 무상 지원하는 등 3년간 편법으로 지급한 직원 복리후생비가 85억원에 달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의사결정 기구인 운영위원장에게 시간당 321만원에 달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수당을 준다는 지적을 받았고, 한국시설공단은 직원이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단체협약 사안이 문제가 됐다.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채 상위 12개 기관장도 이날 소환됐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부채증가율을 살펴보면 한국수자원공사가 1조9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무려 602%나 증가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작년 기준 부채가 1조8000억원으로 4년간 354%가 늘었고, 한국석유공사도 부채 규모가 17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6% 증가, 주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 증가율이 높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은 "국내 공기업 및 가계부채의 증가가 한국 정부신용등급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도 지적했다.
정부는 이처럼 고착화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근절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임원들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임원의 보수체계를 정비하겠다"며 "공공기관 직원의 복리후생 수준을 점검해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사례가 있을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경영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부채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획기적인 재무건전성 대책도 추진한다. 특히 지난 5년간 부채 증가를 주도한 LH, 한전,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등 12개 기관에 대해서는 부채 규모와 성질, 발생원인 등을 올 연말까지 낱낱이 공개하기로 했다. 또 부채를 발생원인별로 분석해 표시하는 구분회계제도를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채관리 노력에 대한 평가 기준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 부총리는 "주요 12개 기관은 사업조정, 자산매각, 원가절감, 수익창출 극대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부채관리 노력이 미진한 경우에는 다른 분야의 평가가 우수하더라도 경영평가 성과를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엔 한국투자공사, 예금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장학재단, 대한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가스공사, 전력공사, 토지주택공사, 시설안전공단,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대한주택보증,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20개 공공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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