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60%가 차보험
작년 적발액만 2738억원
#1.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한모씨. 그는 지인들과 짜고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이른바 '슈퍼카' 5대를 이용해 고의사고를 내고 수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 그는 운전 중 차량을 급제동해 뒤따라오던 차량과 부딪치고 단순 접촉 후 망치, 드라이버 등으로 차량을 망가뜨려 최고 6000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차량을 일부러 저수지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30여차례에 걸쳐 보험금 3억5000만원을 받아냈다.
#2. 서울 종로경찰서는 올해 초 택시만 골라 고의적으로 오토바이 사고를 낸 박모군 등 10대 청소년 20여명을 검거했다. 박군은 고의사고를 내고 치료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그는 강남역과 마포 홍대, 종로 등 서울 전역에 걸쳐 '사고'를 내고 보험을 타냈다. 이를 전해들은 박군의 동네 선후배들이 하나둘 박군의 범행방식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3개월 동안 이들이 챙긴 돈은 1억1200만원에 달했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자동차보험 사기의 유형들이다. 먹고살 만한 재력을 가진 사람부터 10대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보험사기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그러나 현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도 자동차보험과 관련해선 '사기'와 '보상'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자동차 추돌사고가 나면 일단 드러눕거나 병원에 입원부터 하고 보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나이롱 환자 곁에는 입원을 부추기는 병원이 있기 마련이다. 입원하는 환자는 보험금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길 수 있고 병원은 입원비, 요양급여 등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이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 관계로 자리 잡고 있다. 보험사기의 상당 부분이 이 같은 허위·과다 입원이다. 보험설계사가 공모한 사기 사건도 전체 보험사기의 10%에 달한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보험금이 한 해 수천억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2738억원이다.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4533억원)의 60.4%에 해당한다. 한 해 벌어지는 보험사기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보험 사기라는 얘기다.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2010년 2291억원, 2011년 2408억원, 2012년 2738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단지 금융당국에 적발된 수치일 뿐, 실제 걸러지지 않고 보험금으로 지급된 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서울대학교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보험사기로 인해 누수되는 금액은 3조4000억원(2010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보험회사의 연간 보험금 지급 규모(27조4000억원)의 12.4%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보험사기로 인한 누수를 꼭꼭 틀어막으면 자동차 보험료를 10% 이상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결국 개개인의 모럴해저드(보험사기)와 사회적 시스템(보험금)의 미비가 맞물리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보험료)이 발생하는 셈이다.
허연 중앙대 교수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정부와 보험사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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