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편 '이대호, 빅리그의 문은 열려있다'에 이어 계속
이대호에 군침을 흘릴만한 빅리그 구단은 세 곳이다. 모두 1루수 혹은 지명타자가 공석이거나 오른손타자의 영입을 원한다. 내셔널리그에선 뉴욕 메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그렇다. 아메리칸리그에선 휴스턴 애스트로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메츠는 이미 국내 몇몇 매체를 통해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됐다. 주전 1루수 아이크 데이비스의 부진 때문이다. 정규시즌 타율 0.205 9홈런 OPS 0.661 bWAR 0.2를 남기는데 머물렀다. 데이비스 대신 1루수로 기용됐던 루카스 두다도 돋보이지 못했다. 성적은 타율 0.223 15홈런 OPS 0.767 bWAR -0.2였다.
메츠는 연봉조청신청 2년차인 데이비스를 계속 품으려면 35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샌디 앨더슨 단장이 그런 자비를 베풀 리는 만무하다. 템파베이 레이스에 트레이드시키거나 논 텐더로 방출시킬 가능성이 높다. 두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연봉이 최저 수준이라 큰 부담이 없다. 이 때 앨더슨 단장은 오른손타자를 플래툰 파트너로 고려할 수 있다. 이대호를 향한 러브콜 예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대호의 메츠행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데이비스에게 돌아갈 350만 달러를 아까워하는 앨더슨 단장이 이대호에게 500만 달러가량을 안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대호는 다년계약을 원할 수도 있다. 플래툰 1루수 영입에 적잖은 출혈이 따르는 셈이다. 더구나 메츠는 괜찮은 오른손 1루수를 보유하고 있다. 조시 세틴이다. 올 시즌 75경기에서 타율 0.279 OPS 0.781 bWAR 1.2의 무난한 성적을 남겼다. 루키 신분이라 연봉도 50만 달러 정도면 해결된다.
또 다른 후보지 피츠버그는 올 시즌 1루를 플래툰으로 돌렸다. 왼손 개럿 존스과 오른손 가비 산체스다. 듀오의 성적은 평범했다. 각각 타율 0.233 15홈런 OPS 0.708 bWAR 0.1과 타율 0.254 7홈런 OPS 0.762 bWAR 0.8을 기록했다. 인내에 한계를 느낀 구단은 8월 31일 미네소타 트윈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저스틴 모노를 데려오고 존스와 산체스를 논 텐더로 방출시켰다. 결단은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모노 역시 25경기에서 타율 0.260 OPS 0.681을 남기는데 머물렀다.
사실 존스와 산체스를 방출한 데는 다른 배경이 있었다. 둘 모두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갖췄다. 올해 듀오의 연봉은 각각 450만 달러와 175만 달러였다. 플래툰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피츠버그는 약 70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스몰마켓구단인 피츠버그에게 이는 매우 큰 금액이다.
피츠버그가 오프시즌 바이어가 될지 셀러가 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A.J 버넷의 선택에 달려있다. 버넷은 올 시즌 팀 내 가장 많은 191이닝을 던지며 10승 11패 평균자책점 3.30 bWAR 1.7을 남겼다. 그는 현재 피츠버그에서 커리어를 계속 쌓을지 은퇴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현역 연장을 택할 경우 구단은 1000만 달러가량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잔류는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버넷에게 1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더구나 피츠버그는 버넷과 재계약할 경우 전력보강에 쓸 수 있는 돈이 500만 달러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고 은퇴를 종용할 수는 없는 처지다. 버넷의 활약 덕에 올 시즌 팀이 21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츠버그가 1루수 보강에 나설지 여부는 버넷의 선택에 달려있다.
기회의 땅, 휴스턴 애스트로스
휴스턴은 올 시즌 빅 리그의 ‘동네북’이었다. 2011년 100패 클럽에 가입하더니 올해 무려 111패를 당했다. 절망적인 성적이지만 희망은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프랜차이즈 선수 천국으로 만든 제프 러나우 단장의 주도 아래 유망주들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선수단의 페이롤도 수직 낙하했다. 올해 개막전만 해도 2600만 달러였으나 1300만 달러까지 내려갔다.
휴스턴은 2015년까지 핵심유망주들을 빅 리그로 콜 업을 시킬 예정이다. 2016년 플레이오프 컨텐더로 대반격을 이룬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았다. 휴스턴에게 과제는 하나 더 있다. 남은 2년 동안 100패를 면할 수 있는 로스터를 구성하는 것이다. 짐 크레인 구단주는 이전부터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2014년 선수단의 페이롤을 최대 6000만 달러까지 올릴 것”이라고 했다. 이미 총성은 울려 퍼졌다. 영입에는 실패했으나 호세 아브레이유(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6년 6000만 달러의 거액을 제안했다. 휴스턴의 전력보강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향후 5년 이상 팀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는 스타선수의 영입과 2년 이하의 단기계약으로 선수단의 뎁스를 강화해줄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물론 특급 FA선수들이 100패 이상을 밥 먹듯 하는 루징팀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준척급 FA 선수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제안을 마이너 유망주들이 빅리그에 올라오기 전 ‘설거지’나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휴스턴에게도 돌파구는 있다. 짧은 계약을 제안하는 대신 연봉을 후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 휴스턴의 주전 1루수는 크리스 카터가 맡았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시절부터 “시즌 40홈런과 250삼진이 모두 가능하다”라는 평을 받았던 타자다. 올 시즌 그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212개의 삼진을 당했으나 타율 0.223 29홈런 OPS 0.770 bWAR 0.5의 무난한 성적을 남겼다. 이런 그를 두고 적잖은 전문가들은 “아담 던의 오른손 버전으로 성장 중”이라고 평했다.
문제는 지명타자다. 올해 자리를 메운 카를로스 페냐(타율 0.209 8홈런 OPS 0.674 bWAR -0.3)와 브렛 월러스(타율 0.221 13홈런 104삼진 OPS 0.716 bWAR -0.2)는 모두 부진에 허덕였다. 휴스턴은 일찌감치 페냐를 방출했다. 윌러스는 비교적 낮은 연봉으로 데리고 있지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들에게 이대호는 꽤 매력적인 선수일 수 있다. 일단 현 FA 시장에서 불확실한 1루수나 지명타자를 데려 오는 데는 적잖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이대호는 이렇다 할 부상경력이 없다. 더구나 실패확률이 낮은 OPS 히터에 가까워 영입을 효율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휴스턴이 결단을 내릴 경우 계약기간은 최대 2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연봉으로 500만 달러 이상을 보장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에게도 휴스턴 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홈인 미닛메이드 파크는 타자친화구장이다. OPS 히터로서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더구나 그는 선수단 내 최고 연봉자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선발 출장 기회의 보장을 의미한다. 잠시 부진에 빠져도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명예와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휴스턴 행에서 이대호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그릴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우승에 근접한 구단으로 트레이드되거나 더 높은 연봉에 연장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물론 앞길은 어두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손해가 따르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와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모두 경험한 최초의 타자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그 상징성은 한국이나 일본으로 복귀해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값을 더 챙기는 또 다른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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