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J 알뜰폰 전체 가입자의 90%
-중소업체 부진해 양극화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알뜰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이동통신사에 집중된 틈타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업계의 보조금 전쟁이 알뜰폰 시장으로도 번질 수 있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전체 알뜰폰 순증 가입자 중 SK텔링크, CJ헬로모바일 등 대기업 계열사가 차지하는 규모는 평균 90%대에 이른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던 7월은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총 4만9733명으로, 이 중 98%(4만8800명)가 CJ헬로모바일과 SK텔링크로 이동했다. 하지만 중소 사업자의 순증 수치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KT망을 사용하는 온세텔레콤은 31명의 순증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199명, 2월 169명, 3월 96명 등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가 9월에는 16명까지 떨어졌다.
대기업 계열사로 번호이동이 쏠리는 것은 보조금 지급여력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한 대기업 계열사가 알뜰폰 번호이동자를 대상으로 지급한 보조금은 60만~74만원선으로 평균 가이드라인의 2배를 넘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에서 자유롭다는 경쟁이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통 3사에서 알뜰폰 시장으로 번호이동한 건수는 2141건으로, CJ헬로비전 800여건, SK텔링크는 600여건을 기록했다. 전체 순증의 65%를 차지한 셈이다.
알뜰폰이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이면서 이통사 가입자들의 이탈이 오히려 이통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에 통신망을 빌려줘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는 낮지만 마케팅비 등이 들지 않아 오히려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일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가 망을 임대하는 KT와 SK텔레콤은 각각 215명, 804명의 순감을 기록했지만 알뜰폰 가입자 순증을 감안하면 KT는 854명, SKT는 97명의 가입자가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이통사가 방통위의 보조금 단속으로 가입자 유치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만회하는 활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가입자를 경쟁사나 경쟁사의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에 빼앗기기보다는 자회사이자 자사 망 임대 사업자인 SK텔링크에 밀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원칙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알뜰폰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0월 알뜰폰 시장은 월 평균 4만2394명의 순증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이통 3사보다 많은 4만7451명이 통신사에서 알뜰폰 시장으로 이동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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