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새마을운동 '바람'…1000억대 사업·ODA 예산 급증…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들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도 우후죽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외에서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에선 지자체들이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대의 기념 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시조'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하룻밤 묵은 곳은 기념관, 3년간 하숙한 곳은 기념공원을 만드는 식으로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국외에서도 정부가 제3세계 국가들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중 '새마을운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근 급상승하면서 제3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에서 돈을 타 내려면 새마을운동을 얘기하면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새마을운동 '이상 열풍'에 대해 시민사회 등에서는 많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역사적 평가 및 장기적 비전ㆍ계획 없이 추진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지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새마을운동 사업으로는 최근 경상북도ㆍ산하 지자체가 3개 사업 985억원대의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출신지인 구미시는 국비ㆍ지방비 792억원을 들여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조성 중이다. 포항시도 국비ㆍ지방비 등 78억원을 들여 '문성마을 새마을운동 체험공원'을 조성 중이며 청도군도 115억원을 들여 새마을운동 발생지로 알려진 신도마을에 새마을운동 체험ㆍ교육시설을 조성 중이다. 이들 사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 없는 '부실'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실정에서 우선 추진할 성격의 사업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도의 재정자립도는 22.1%, 청도군은 11.6%에 그치고 있다.
국외에서도 새마을운동 바람은 거세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국무총리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새마을운동 ODA 예산이 급증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경상북도 등 정부 기관들의 새마을운동 ODA 예산은 2011년 372억원에서 2년 만에 540억원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안전행정부의 새마을 초청연수ㆍ지구촌새마을운동 예산은 이 기간 동안 10억여원에서 19억여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교부, 경북도의 예산도 역시 각각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해외 원조 수혜국들 사이에선 '한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으려면 새마을운동을 끼워 넣으면 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은 더욱 뜨거운 경쟁이 붙었다. 구미시는 자체 예산 261억원ㆍ도비 25억원 등 286억원을 투입해 박 전 대통령 생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함께 들어서는 홍보관에도 별도로 55억원이 들어간다. 문경시가 박 전 대통령이 교사 시절 3년간 하숙을 했던 곳인 '청운각'을 17억원을 들여 기념 공원으로 조성했고, 울릉도는 박 전 대통령이 방문해 하룻밤을 묵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15억원을 들여 '박정희 기념관'으로 꾸몄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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