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어제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코앞까지 닥치자 물러나기로 한 모양새다. 검찰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이 회장의 배임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22일과 31일 두 차례 그의 자택과 KT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배임 혐의는 무리한 신사업 추진과 자산 헐값 매각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고, 비자금 조성 혐의는 측근 임원의 보수를 장부상 증액하고 일부를 빼돌리는 방법을 동원해 돈을 숨겼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에 대해서는 당연히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결과에 따라 의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권 초기에 KT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퇴 압력설 유포와 검찰의 수사 착수에 이어 KT CEO가 사퇴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데 있다. 5년 전 이맘때에는 이 회장의 전임자인 남중수 전 KT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물러났다. 그 이유는 KT CEO 인사에 대한 정권의 개입에 있다. KT는 2002년 한국전기통신공사라는 공기업이 민영화한 회사이고, 정부 지분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정권마다 제 입맛에 맞는 인사를 KT CEO 자리에 앉히려고 이런 소동을 벌인다. 노무현 사람인 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쫓겨났고, 이명박 사람인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에 의해 쫓겨나게 된 꼴이라고 시중에서는 말한다.
이래서는 통신산업의 주축 중 하나인 KT의 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 회장도 임기 초반에는 과감한 혁신경영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치권 인사 영입, 측근의 고속 승진, 독선적 경영태도 등으로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사내에 '올레 KT'와 '원래 KT' 사이의 반목이 깊어져 조직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영업실적이 나빠지기에 이르렀다.
KT는 곧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 CEO 선임절차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낙하산은 안된다. 국민은 청와대와 정부ㆍ여당을 지켜 볼 것이다. KT는 물론 포스코와 KB국민은행 등 민영화 공기업의 CEO 인사가 전문성 위주로 예측가능하게 이루어지게 할 관련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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