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내 집 마련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주택은 목돈이 필요한 고가품일 뿐만 아니라 한번 구입한 후에는 직장을 옮기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때 가져갈 수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 중 자가 거주 비율은 54%였다. 나머지는 남의집살이를 하는 임차가구인 셈이다. 놀랄 만한 사실은 과거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월세가구(21.6%)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세가구(21.8%)와 비슷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월세가구가 최근 들어 이렇게 늘어나는 현상은 왜일까. 그 이유는 전셋값 상승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2912만원이고 평균 전셋값은 1억5848만원으로 전세금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61.2%를 기록했다.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80~90%에 육박해 있다.
월세시장은 전세시장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월세가구의 60%가 저소득층으로 구성돼 있고, 그들의 85%가 임시직ㆍ학생ㆍ무직으로 나타나 월세가구는 전세가구에 비해 직업이 불안정한 저소득층 가구가 많다.
월세가구 수가 점차 증가해 전세가구 수를 넘어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월세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란 예상은 이제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월세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우리나라 임대시장의 선진화다. 언젠가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간 한 노인이 세입자의 손에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임대인은 세입자의 월세체납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선진국에서는 임대료 보증제도가 발달돼 있어서 임대료가 2개월 이상 연체되면 보증회사가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대신 지불해주고 나중에 임차인에게 받는다. 이 때문에 임대인은 월세체납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임차인은 보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월세시장에도 임대료 보증제도가 도입돼 보증금 부담 없는 월세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서민들의 주거안정화 정책 마련이다. 월세가구는 전세가구와는 달리 소득이 낮고 자산 대비 부채비중이 높아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임대료가 상승하는 경우 주거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화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택바우처와 같은 주거비 지원제도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민간임대사업 지원과 활성화다. 우리나라 월세시장은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가구보다 민간이 공급한 일반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임대주택을 전부 정부가 지원하기에는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민간임대주택을 통해 전월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민간임대사업을 활성화가 필요하다.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주택임대관리업 제도가 활성화돼 월세시장에 임대가구를 공급하고 본격적인 민간임대주택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월세시장에 대한 다양한 통계지표의 개발과 구축이다. 우리나라 주택통계 가운데 월세시장에 대한 통계는 매우 미흡할 실정이다. 대표적인 한국감정원의 '월세가격동향조사'도 주요 8개 도시로 조사지역이 한정돼 있다. 향후 월세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월세가격지수와 월세이율이 산출될 수 있도록 조사지역과 공표범위를 확대ㆍ개선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인 주거복지 확대를 위해서라도 월세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주거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진봉 한국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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