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지난달부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의 인수와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에 이어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발표가 이뤄졌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가 삼성그룹주나 관련 펀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간 사업조정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주회사 전환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할 법률 및 경제적 필요성이 높지 않은데다 금산법이나 금융지주회사 규정으로 계열사간 정리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타 계열사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 지분을 정리하는 것은 자사주 매입규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현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2세들간의 사업부 정리를 통한 계열분리 방식의 후계구도가 고려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후계구도 측면에서 적정지분과 공정가격 확보를 위해 2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 삼성전기, KCC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가 삼성그룹주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지배구조 변화로 향후 경영 성과가 바뀔 수 있고 경영진의 변화는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주펀드는 1개월 기준으로 3.1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200(4.45%) 벤치마크 대비 부진한 성과다. 다만 삼성전자의 1·3분기 사상최대실적이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편입 종목별로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보인 반면 삼성테크윈, 호텔신라,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양호한 모습을 보인 종목은 사업영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 주주친화적 정책 기대감, 지배구조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매각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펀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며 "지배구조와 관련한 일회성 관심은 물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그룹주 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세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실적 호전 대형 우량주에 대해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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